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70420]2017 교향악축제 - 서울시립교향악단

MiTomoYo 2017. 4. 2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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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교향악 축제에 다녀왔다. 원래 딱히 교향악축제에는 관심이 없었던 터라서 올해도 갈 계획을 잡지 않고 있다가 기회가 생겨서 가게 되었다.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1부>==================================

윤이상-대편성 관현악을 위한 서곡

A.Dvorak-바이올린 협주곡 a단조 op.53(Vn. 크리스텔 리)

(Encore)J.S.Bach-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3번 C장조 BWV.1005, 1악장 Largo... 였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2부>==================================

P.I.Tchaikovsky-교향곡 5번 e단조 o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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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의 곡은 Naxos음반을 통해 몇 개 들었던 경험이 있어서 쉽게 느껴질 줄 알았는데, 이 곡은 그렇게 쉽게 다가오는 편은 아니었다. 

프로그램 북에 수록된 해설에 따르면 가장 중점적인 포인트가 '점진적인 크레센도'인데 곡을 다 듣고 난 뒤에 읽어보니 윤이상의 의도를 그래도 잘 짚어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장 기억나는 포인트를 한가지만 꼽자면 역시 타악기의 활용이지 않을까 싶다. 


협주곡은 잘 연주 안되는 드보르작의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는데, 솔직히 나도 예전에 라디오에서 한 번 듣고 이건 별로다 싶어서 안듣던 곡이었다. 

역시나 안듣는 이유가 있기는 있었던 것 같았다. 특히 1악장~2악장 중반까지는 드보르작의 특징이라고 할만한 멜로디라던가 리듬감이 나타나지 않은데다가 1악장은 자유로운 형식으로 쓴 탓인지 난삽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2악장 중간부터는 언급했던 내용들이 잘 드러나서 그나마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익숙하지 않은 곡인데다가 사이드 합창석이라는 자리의 특성상(자리 얘기는 따로 내용을 할애해서 뒤에서 잠깐 더 언급할 예정) 바이올린 솔로가 잘 들리진 않아서 아쉬웠다. 전체적인 느낌은 일단 안정적이고 깔끔한 스타일의 연주란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앙코르로 연주했던 바흐의 곡(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곡인지는 기억이 안남) 이 꽤나 잘 어울렸던 것 같았다.


2부에 연주했던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은 지난 1월에도 인발의 지휘로 연주를 해봤음을 감안하면 솔직히 서울시향의 이름에는 걸맞지 않은 아쉬움이 느껴진 연주였다.

최근에야 실황에서 내는 관악기의 실수들에 대해서 나름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고는 있지만, 그러기엔 너무 실수들이 많았다. 2악장의 호른 솔로에서 몇 번의 실수를 시작으로 바순, 오보에는 최소 한 번씩 귀에 들릴만한 실수들이 나왔으니... 

자리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합주력도 약간은 엉성하게 느껴지는 포인트들이 있었는데, 2악장 4악장에서 등장하는 금관악기의 8분 음표 반복 연주는 계속적인 템포 변화 때문에 맞추기 어렵다는 것은 연주를 해본 입장에서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이야 아마추어 레벨에서나 용인되는 이야기지 프로 오케스트라에서는 관대하게 넘어가기에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템포를 거의 미친듯이 바꾸면서 곡을 해석한 인발의 연주는 제대로 해냈기 때문에 더욱 좋게 넘어가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올해 수석객원지휘자를 영입함으로써 악단의 정상화를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은 알지만 최근 수석진들도 계속 빠져나가는 등 악단의 기초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도 서서히 들긴 했다.


티에리 피셔의 해석이나 지휘하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일단 오케스트라가 전부 쉬는 GP의 길이를 길게 두거나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더라도 다이나믹의 변화를 줌으로써 밋밋하게 흘러갈 수도 있는 부분들에 포인트를 주었다.

합창석 중에서도 특히 지휘자의 얼굴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보니 티에리 피셔의 지휘도 제대로 볼 수 있었는데 대충 느낌은 피셔의 해석을 오케스트라가 제대로 맞춰주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가장 기억나는 포인트는 1악장 중간 부분에서 피셔는 다이나믹을 거의 안들릴 정도의 수준까지 줄일 것을 요구한 모양새였는데 악단의 다이나믹은 그다지 작아지지 않았던 것 같았다. 여튼 악단이 제대로 못받쳐준 탓인지(솔직히 리허설을 해보면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올테니 그것을 감안하고 더 과장되게 지휘를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람스 교향곡 때는 그렇게까지 지휘가 요란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숨소리, 기합소리, 뭔가 지시를 말로 했던 것 같은 소리 등등 여러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자리 얘기를 잠깐 해보자면 일반적인 자리와는 달리 현악기는 오른쪽, 관악기와 타악기가 왼쪽에 들려서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됐는데, 또 듣다보니 그 동안 잘 안들렸던 관악기의 소리들이 명확하게 들리고, 현악기군은 마치 하나의 악기와 같은 느낌이 들어서 꽤나 다른 관점에서 음악을 들어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았다.


더 이상 계획을 잡고 있지는 않으니 올해의 교향악 축제는 아마 이걸로 끝날 것 같고, 다음 공연을 뭘 갈지를 잘 모르겠다. 피셔의 해석은 개인적으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5월에 있을 환상교향곡 공연을 갈지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다. 환상교향곡... 실황으로 너무 많이 들어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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