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70325]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MiTomoYo 2017. 3. 25.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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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은 처음으로 가보는 것일듯. 원래는 서울시향 아르스 노바를 가려 했으나 인발이 지휘하는 말러를 놓치기엔 아까워서 어쩔 수 없이 아르스 노바를 미루게 되었다. 이왕 가는 거, 지난 번에 '너만 좋은 공연 보러가냐?'란 엄마의 투덜거림도 생각나 엄마와 동생 표까지 같이 예매를 했다. ㅎㅎㅎ 어우 이러니깐 티켓값이 부담이 되긴 하더라는....


오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1부>==================================

W.A.Mozart-피아노 협주곡 20번 D단조 K.466 (협연: 김혜진)

============================<2>=================================

G.Mahler-교향곡 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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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을 많이 듣는 편은 아니지만, 20번 협주곡은 그 중에서는 애착이 많이 가는 곡이다. 반면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은 잘 연주해도 좋다는 느낌을 받기가 무척 힘들어서 과연 괜찮은 연주를 들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아쉬움이 컸던 것 같았다. 일단 1,2악장에서 오케스트라와 독주자와의 호흡이 어긋나는 부분이 있었다. 모차르트의 곡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실수했을 때 티가 확실히 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런 부분은 큰 문제란 생각이 들었다. 

김혜진의 연주는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편이었다. 개인적으로 피아노 연주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듣는 부분은 음색인데 음색은 꽤 마음에 들었다. 다만 2악장 중반에 등장하는 격정적인 피아노의 연주가 너무 밋밋하게 들렸던 점은 아쉬웠다. 감정을 좀 더 격정적으로 표현했다면 좋았을텐데란 생각이 들었다. 

반주도 나쁘지 않았다. 협주곡은 독주자에게 더 집중을 하게 되다보니 오케스트라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미미해지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 오늘 공연에서는 독주자가 연주하는 중에서도 자기의 목소리를 뚜렷하게 낸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전체적으로 음이 귀에 들어오는 선명도가 다른 국내 오케스트라에 비해서 확연히 좋았다는 점도 이때 느낄 수 있었다.


2부에서 들었던 말러의 교향곡은 그 동안 서울시향 객원지휘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던 인발의 곡 해석 뿐만 아니라 말러의 교향곡이 연주하기 무척 까다롭다는 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연주였다.

그 동안 인발의 공연을 들으면서 느꼈던 특징들은 곡의 큰 그림을 더 중요시 한다는 점,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고생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급변하는 템포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늘 공연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고스란히 나타났던 것 같았다. 

사실 1악장은 이런 부분이 약점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약간 산만하게 느껴졌던 것 같았다. 그러나 2악장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곡에 대한 응집력이 높아지면서 서서히 곡에 빠져들 수 있었다. 3악장은 굉장히 다채롭게 느껴졌다. 호른 오블리가토의 연주나 3/4의 렌틀러, 4개의 섹션으로 갑자기 등장하는 호른의 시그널, 거칠다 못해 노골적이다 싶을 정로도까지 촌스럽게 들린 현악기 수석들의 피치카토 등 꽤나 장황하게 들릴 수 있는 악장임에도 불구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을 수 있었다. 5악장은 푸가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특성상, 템포가 급변하는 부분은 없을 것을 예상하고 들었고 실제로도 곡의 마무리 부분을 제외하면 갑자기 템포가 바뀌는 부분은 없었던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곡의 마무리 부분에서 템포를 급격히 늦췄던 부분은 어느 정도 그럴 수도 있겠다 미리 예상을 했음에도 무척 멋있게 들렸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오케스트라의 해상도가 무척이나 선명하게 들렸다는 것이었다. 오케스트라가 튜티로 연주하는 부분에서는 주로 금관 소리에 의해서 다른 악기들이 감춰지는 것을 빈번하게 경험했었다. 나는 당연히 이게 정상이며 음반에서의 편집과정을 통해 그나마 이런 부분을 해소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러나 오늘 공연을 통해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큰북과 탐탐이 연주하는 소리를 명확하게 들을 수 있던 것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했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금관의 실수가 꽤 자주 들렸던 것 같은데 그다지 나쁘게만은 들리지 않았던 것도 신기했다. 클래식을 자주 듣는 편은 아닌 엄마와 동생도 공연 끝나고 이런 부분을 가장 많이 언급할 정도 였다.


공연이 끝나고 꽤 오래 기다린 뒤에 사인을 받았다. 왠만해서는 음반을 사고는 싶었는데 역시 1장에 29000원은... 좀 비싸긴 하다. 근데 어떤 분은 미리 LP판을 준비해서 거기에 사인을 받은 것을 보고 꽤 놀랬다. 사실 나도 젊은 시절 인발의 LP판 한 장 가지고 있었는데..... 1층 로비에서는 인발의 사인회만 있다는 식으로 적었던 것 같았는데 독주자로 나온 김혜진도 사인을 해서 같이 받게 되었다.




여튼 오늘 좀 심란했던 일도 있고 해서 공연을 잘 관람할 수는 있을지, 혹시 연주가 별로여서 내한 공연을 더 안보러가게 되진 않을까 걱정을 좀 하기도 했었는데, 다행히 매우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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