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70210]서울시향-사라스테의 베토벤 교향곡 4번-1

MiTomoYo 2017. 2. 11.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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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갔던 공연은 모두 2일차 연주를 갔었는데, 이번에는 1일차 공연을 갔다. 오늘 공연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1부>==================================

J.Sibelius-전설 op.9

B.Dean-비올라 협주곡 (비올라: 브렛 딘)

============================<2>=================================

L.v.Beethoven-교향곡 4번 Bb장조 o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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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베토벤 교향곡을 제외한 두 곡은 들어보지 않고 갔다. 이미 포스팅을 한 아르농쿠르의 책을 읽고 어떤 곡을 들으면서 '한 마디 전에 몸을 숙이는' 것을 자제하기 위함이 컸다. 오늘 느낀 점은 그래도 현대곡은 한 번은 듣고 가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었지만.....


서곡은 시벨리우스의 '전설'이란 곡으로 시작했다. 시벨리우스의 초창기 곡이다보니 아직 시벨리우스만이 가지는 특징들-장식적이고 섬세한 표현이 강조되는 현, 존재감을 과시하는 목관, 화성을 받쳐주는 금관-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보기좋게 빗나갔다. 만약 이 곡이 초창기 곡이라는 점을 몰랐다면 분명히 시벨리우스 만년의 곡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곡을 듣고나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느낌은 '교향곡 1, 3, 6번을 콜라주한 것 같아!'였다. 물론 교향곡 이전에 쓴 곡인 만큼 '콜라주'라는 표현은 틀린 것이지만 프로그램 북에 적혀있는 '이 곡은 자신의 교향시 세계에 대한 전주곡인 셈이다'라는 문구가 확 와닿았다.

사라스테의 해석이나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자칫하면 현악기의 조밀조밀하면서도 여린 부분들이 무의미하게 흘러가거나 흐트러질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부분을 잘 통제함으로써 곡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여담으로 팀파니가 사용되지 않고 큰 북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는 점도 꽤나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브렛 딘의 비올라 협주곡은 현대곡이어서 솔직히 잘 들을 수 있을까 불안했고 여지없이 예감이 적중해버렸다. 짧고 여린 첫 번째 악장과 격렬하고 복잡한 2악장 중반까지는 어떻게든 집중해서 들었는데 그 이후에는 정신을 놔버렸는지 어떻게 곡을 들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부분적으로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이 곡의 경우엔 음색의 변화보다는 복잡한 리듬이나 다이나믹을 더욱 중점을 둔 것 같았다. 2악장에서 들리는 목탁과 비슷한 타악기 소리와 3악장의 처음 부분에서 현악기 솔로가 연주하는 부분에서는 아쟁과 같이 거친 느낌의 음색을 내는 부분에서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지만) 오리엔탈리즘도 느껴졌다.

현대음악에서의 협주곡은 독주악기를 부각시키기보단 오케스트라와 서로 융화되는 느낌의 곡들이 더 많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이 곡 역시 이런 범주에 속하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렛 딘의 연주는 음량이라던가 테크닉 모두 엄청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자작자연이니 본인이 연주할 수 있는 모든 기량을 곡에 쏟아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게 느껴졌다.

관객들에게도 쉽게 다가오지는 않았던 모양인지 그렇게까지 큰 호응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은 박수가 나왔다. 마치 연주자가 나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친다란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런 점 때문에 인터미션 동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연주하기는 훨씬 어렵고 까다롭지만 정작 대중들에게는 공감이 잘 안되는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이 영향이 커서 정작 가장 듣고 싶었던 베토벤 교향곡 4번을 온전히 감상하지는 못했던 것 같았다.


베토벤 교향곡 4번은 3번과 5번이라는 교향곡에 가려져서 '가녀린 그리스 소녀'라는 평을 받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전혀 공감할 수 없다. 이 곡이 가지고 있는 추진력이나 리듬감, 간간히 등장하는 모호한 조성, 서정적인 2악장 등 이 곡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사라스테는 올 해 있었던 두 공연과는 달리 템포와 다이나믹 모두 정석적인 해석을 선보였고 시향도 이에 맞춰서 안정적으로 연주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1악장에서는 존재감을 쓱 과시하는 바순이, 2악장은 클라리넷 솔로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고, 3악장 처음 부분에서 등장하는 모호한 조성처리도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었다. 4악장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정신없게'들리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 동안 미친듯이 달리는 템포의 연주들만 선호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 싶다. 

객원 수석으로 온 이상 앤더스 덕분이었는지 상대적으로 뚜렷한 변화를 내기 힘든 저음파트에서 뚜렷한 색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고, 덕분에 곡이 한결 다채로워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팀파니는 계속해서 단단한 말렛으로만 연주를 했던 것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팀파니도 예전에 서울시향에서 구입했다던, 고전음악에 더 어울리는 음색의 악기를 사용했다.)  

조금 투덜대자면  바이올린을 양 옆으로 배치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싶은데 퍼스트와 세컨 바이올린이 서로 주고 받는 부분을 들으면서 '아 이 부분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어봤으면!'이란 생각이 자꾸 들었다. 뭐 그거야 개인 취향이니깐....


끝나고 발렌타인 데이라고 티켓을 보여주면 초콜릿을 준다는 문자를 받았는데 오늘 공연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커서 그냥 집으로 왔다.


cf)

후기를 쓰는 와중에 이례적으로-후기를 쓸 때 당시 느꼈던 감정들을 최대한 적어보고자 아무것도 듣지 않는다.-낙뮤라에서 브렛 딘의 비올라 협주곡을 찾아서 들어봤는데 기억에 남는 부분이 많아서 꽤나 신기했다. 확실히 2악장에 비해 3악장이 잘 들어오지 않는 편이긴 한 것 같다. 그래도 아주 어렵지만은 않은 곡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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