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70310]서울시향-트룰스 뫼르크와 쇼스타코비치-II

MiTomoYo 2017. 3. 11.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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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하루였다. 대한민국에 새로운 역사가 쓰인 날이기도 해서 더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계속해서 롯데 콘서트 홀을 가다가 이번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공연을 다녀왔다. 먼저 오늘 공연은 서울시향의 수석객원지휘자의 '공식적인' 첫 공연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1'을 강조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는 티에리 피셔의 이야기도 볼 수 있었다. 


오늘 공연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1부>==================================

J.Haydn-교향곡 1번 D장조 Hob.I: 1

D.Shostakovich-첼로 협주곡 1번 Eb장조 op.107

(Encore-J.S.Bach-무반주 첼로 모음곡 2번 BWV.1008 중 사라방드

============================<2>=================================

J.Brahms-교향곡 1번 C단조 o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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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1부에 편성된 프로그램은 한 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다는 것을 미리 언급하고 글을 이어나가야 할 것 같았다.(심지어는 프로그램 설명 책자도 안읽었음)

하이든의 초창기 교향곡 중에서 들어본 것은 '아침', '점심', '저녁'이란 부제가 붙은 교향곡 6~8번이었고 작은 편성이긴 해도 일단은 4악장 형태를 갖춘 교향곡이라, 이 교향곡도 당연히 4악장 곡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3악장 끝나고 박수가 나와서 나름대로 충격(?)을 먹었다.


일단 하이든의 교향곡에서는 '투명함'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비브라토를 최대한 억제하고 편성을 작게 꾸려나가서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이든 특유의 위트를 잘 살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언급한 3악장 구성에 낚인 이유도 '오 미뉴에트도 아니고 스케르초 같은 느낌이 드는데!!!'란 생각을 하면서 들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박자도 3/8여서 더 낚였던 것 같다. 다만 하프시코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던 점은 약간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하프시코드를 좋아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 1번은 적어도 내 주위에서 다들 아는 곡인데, 정작 나는 한 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특성 때문인지.... 여튼 트룰스 뫼르크가 연주한다는 것만으로도 열심히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앞선 하이든과 달리 이번에는 오케스트라에서 '회색'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처음에 들었던 하이든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트룰스 뫼르크의 연주는 '따뜻함'이 느껴졌던 린 하렐과는 대조적으로 단단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테크닉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곡임에도 불구하고 음이 엇나갔나 싶은 부분이 있나? 싶을 정도로 안정감이 느껴졌다. 곡이 익숙했다면 좀 더 좋은 감상평을 남길 수도 있었겠지만, 뭐 어쩔 수 없고...

또 한 가지 느꼈던 것은 첼로 협주곡을 쓸 때 오케스트라와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이구나란 점이었다. 그 동안 무대에서 먼 좌석만 택하다보니 첼로 협주곡을 들을 때 첼로 독주가 잘 들리지 않아서 이번에는 큰 마음 먹고 가까운 자리로 가봤음에도 여지없이 총주에서는 첼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심지어는 오케스트라의 규모도 그다지 크지 않았는데도.


앙코르로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2번의 사라방드를 연주했다. 쇼스타코비치에서 느낄 수 있었던 단단함과 안정감이 앙코르 곡에서도 충분히 묻어났던 것 같다. 처음에는 현대곡을 연주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2부에서 연주한 브람스 교향곡 1번은 자주 연주가 되지만 꽤나 까다로운 곡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곳에서 찾을 필요도 없이 작년 11월에 서울시향에서 동곡을 연주했는데 평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티에리 피셔의 해석은 금관을 상대적으로 많이 강조한 해석이었는데, 특히 호른이 곳곳에서 숨겨진 얼굴을 드러낸 것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1, 4악장은 괜찮았으나, 2악장(후반부), 3악장은 조금 어수선하단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1악장에서 곡이 마무리 될 쯤에 템포를 느리게 잡는 경우가 많은데 피셔는 거의 템포 변화를 주지 않고 마무리를 지어서 무척이나 신선하게 들렸다.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1악장에서의 '운명 리듬'역시 강조를 해줘서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다만 팀파니는 작게 연주할 때 완전히 사라져버려서 이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2악장은 전반부까지는 괜찮았다. 특히 맨 처음 부분에서 호른을 gestopf로 연주하는 것을 들었던 것 같았는데, 그 동안은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여서 피셔가 일부러 효과를 주고자 이렇게 처리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후반부로 갈 수록 틀리는 것은 아닌데 뭔가 정리가 잘 되지 않은 느낌이 들었고, 3악장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4악장에서는 다시 괜찮은 연주를 들려줬다. 특히 마무리 부분에서 빵 터뜨리는 부분에서는 전율이 흐르긴 했다. 금관을 강조한 해석이어서 더 그렇게 들렸던 것 같았다. 올해부터 이틀에 걸쳐서 같은 프로그램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제 이례적으로 클갤에 공연이 좋았다는 후기가 (보통은 1일차 공연에서 평이 잘 안올라와서)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서 그런지 아쉬움도 느껴졌던 것 같았다.


공연이 끝나고 사인회를 했는데 지난 번에 체헤트마이어 공연 때 별 생각없이 갔다가 SPO팜플렛에 싸인을 받은 것이 생각나 이번에는 미리 뫼르크의 사인을 받을 것을 대비해 악보를 챙겨갔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과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악보를 들고 갔는데, 마침 오늘 앙코르 곡으로 바흐의 곡을 연주해서 바흐의 악보에 사인을 받았다.



사인도 받았으니 열심히 연습도 해야겠지.....



다음 공연은 원래는 아르스 노바 시리즈를 갈까 했었으나,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를 이끌고 연주하는 인발의 공연을 가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서울시향에서 항상 멋진 연주를 들려준 인발이 이번에도 좋은 연주들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더불어 내가 가는 첫 해외 오케스트라 공연이기도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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