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70121]서울시향-마르쿠스 슈텐츠 사이클I: 낭만주의 시대의 혁명가들

MiTomoYo 2017. 1. 22.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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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에 이어서 오늘도 서울시향 공연을 보고 왔다. 오늘의 공연은 수석 객원지휘자로 임명된 마르쿠스 슈텐츠의 취임 연주회이자, 100년 만에 러시아의 한 도서관에서 발견된 스트라빈스키의 초창기곡인 장송적 노래의 아시아 초연이 이뤄진 공연이기도 했다. 오늘 공연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1부>==================================

I.Stravinsky-장송적 노래 op.5

F.Liszt-피아노 협주곡 1번 Eb장조 S.124(피아노: 데죄 란키)

앙코르 곡 : 

F.Liszt-성 도로시아 S.187

============================<2>=================================

R.Schumann-교향곡 2번 C장조 o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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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빈스키의 장송적 노래가 발견된 것은 꽤나 음악계에서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었고, 최근 게르기예프를 통해서 재연(초연이란 얘기도 있었는데, 100여 년 전에 한 번 연주된 기록이 있으니 엄밀히 말하면 초연은 아님) 이 되었다. 여튼 아시아에서는 초연인 만큼 스트라빈스키를 좋아하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어떤 곡일지 무척 궁금했다. 유튜브에서 연주 영상이 업로드 되었다고는 하는데 미리 찾아서 들어보지는 않았다. 그것이 아시아 초연곡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공연의 현악기 배치는 바이올린1-2-비올라-첼로였는데, 유튜브에서 봤을 땐 바이올린1-첼로-비올라-바이올린2 순으로 배치해서 조금 아쉬웠다. 바이올린을 양 옆에 배치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실연에서도 두 바이올린 파트가 서로 주고 받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다음에나 그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봄의 제전과 같이 전위적인 곡은 아니었고, 후기 낭만 느낌이 강하게 드는 곡이었다. 규모는 상대적으로 큰 곡이었지만 웅장하단 느낌이 드는 부분은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슬픔을 표현한 곡이다보니 감정을 한 번에 폭발하다기보단, 지속적인 슬픔을 표현하단 느낌이 더 강했다.


리스트는 내가 좋아하는 작곡가는 아니다. 아무리 들어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작곡가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귀에 조금 들어오는 곡이 바로 피아노 협주곡 1번이다.

테크닉적 측면이 부각되는 곡이어서 그런지 데죄 란키의 종종 들려오는 미스터치가 더욱 아쉽게 들리기도 했다. 오케스트라 반주와도 합이 가끔씩 어긋나지 않았었나 싶기도 했다. 뭐 애초에 좋아하는 곡이 아니다보니 집중을 하려고 해도 잘 안되긴 했지만... 이렇게 보면 연주가 엄청 별로였나 싶게 보이는데 실제로는 그렇진 않았다. 어려운 패시지에서도 뭉개지지 않고 명확하게 들리는 연주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여담으로 3악장에서 등장하는 트라이앵글은 소리는 들리는데 누가 치는지 안들려서 뭐지? 하면서 찾아보니 2바이올린과 비올라 사이에서 치는 것을 보고 이 트라이앵글이 이 협주곡에서 중요한 요소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앙코르곡은 리스트의 곡 답지 않게 조용한 느낌의 곡이었는데 란키의 음색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2부 곡은 슈만의 교향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2번 교향곡이었다. 정신과 의사이기도 했던 시노폴리는 2번 교향곡에는 슈만의 정신분열적 요소가 무척이나 많이 들어가있다! 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것 같았다. 나는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다른 교향곡에 비해서 좀 더 감정이 많이 실려있는 곡이라는 느낌은 들었다.


슈텐츠의 해석은 다이나믹에 더욱 변화를 주면서 곡을 진행시켰다. 또한 팀파니의 경우엔 단단한 말렛을 이용해서 좀 더튀는 느낌이 들도록(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색을) 했다. 

1악장 첫 시작부터 호른의 삑사리가 나와서 조금 불안했지만, 다행히 연주가 나쁘지 않았다. 1악장은 여러 음반에서 듣던 것과 특별하게 차이가 나진 않았지만, 다이나믹에 변화를 더욱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악장간 박수를 오랜만에 들었는데 그럴 수도 있을 정도로 괜찮은 연주였다.

2악장의 경우에는 조금 아쉬운 부분도, 오오! 하는 부분도 같이 있었다. 2악장은 무지막지하게 등장하는 16분음표 들이 조금 더 자글자글하게 들렸으면 좋았을 것 같았는데, 홀의 문제인 것인지 그렇게 들리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또한 코다 부분에서 템포를 매우 빠르게 잡았는데, 이를 오케스트라가 완벽하게 살리지 못했다는 느낌도 들었다. 반면 트리오 부분에서 확 바뀐 음색을 들었을 땐 전율이 흘렀다. 

3악장은 오보에, 클라리넷이 연주하는 멜로디를 특히 좋아하는데(ㅋㄱ에서는 CPE바흐가 작곡했던 곡을 모티브로 삼아서 슈만이 작곡했다는 이야기도 생각이 났다) 매우 마음에 들었다. 또한 중간에 현악기들이 푸가로 나온다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그 동안 꽤 많은 음반을 들었는데 왜 한 번도 이걸 발견하지 못했는가 싶기도 했고, 보통은 빠르게 연주하는 곳에서 푸가를 사용하는데, 느린 악장에서 푸가를 사용했다는 점도 굉장히 이색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4악장도 매우 재미있게 들었다. 가장 생각나는 부분은 GP(오케스트라가 전부 쉬는 부분)에서 잔향이 모두 사라지고 난 이후에 박자를 세고, 연주를 이어가는 해석을 보여줬는데, 오케스트라가 내는 잔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코다에서 강렬한 음량을 들려줬는데, 이 부분을 위해 일부러 앞에서 매우 큰 음량을 내지 않았던 것 같았다.


이번에는 롯데 콘서트홀의 2층 중앙에서 감상을 했는데, 지난 번과는 달리 소리가 몽글몽글, 벙~ 하는 느낌의 소리보단, 악기의 직접음이 조금 더 잘 들린다는 느낌은 들었다. 자리에 따라서 이렇게 편차가 크게 난다는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분명히 든다. 근데 보수 공사를 할 수 있을지는 조금 의문이긴 하다.



끝나고 사인회를 했는데, 팜플렛도 집에 있고, 가지고 있는 악보에 받기는 조금 애매하단 생각도 들고 해서 따로 받지는 않았고 사진만 찍었다. 예술의 전당에 비해서 사람들 통제하는 부분은 더 낫다는 느낌도 들었다.


여기까지가 오늘 공연의 리뷰였고 이와는 별개로 오늘도 주위 관객들 때문에 썩 기분 좋게 공연을 듣지는 못했는데, 앞에서는 꾸벅꾸벅 조는 사람이 있었고(이 분은 거의 공연 시작 할 때부터 주무시던...) 옆에서는 다리를 꼬았다 풀었다 하다가 마지막엔 옆에 있던 일행이랑 도란도란 얘기를 하시고, 뒤에서는 종종 의자를 발로 차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리고 반경 5개의 좌석에 그 유명하단 '브라보 오지상'을 영접했다. 실제로 근처에서 경험하니깐 엄청 거슬렸다. 그나마 브라보만 외친다면 '에휴 열성팬이니 그럴 수도 있지' 싶은데 계속 콜록거리고 헐떡거리고 하는게 들려서 무척 거슬렸다. 인터미션 때 어텐던스에게 항의를 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자리를 저 멀리 오른쪽 박스석으로 '추방'을 시켜서 그냥 말았다.


그 외에도 교향곡 시작하자마자 연속 촬영하는 용자, 물건들은 뭘 그렇게 많이 들고 있다가 떨구시는지, 기침 소리 때문에 끊어져버린 3, 4악장의 흐름, 악장간 박수 정도는 진짜 애교로 봐줘야 할 만큼 연주와는 별개로 짜증이 많이 났던 공연이었다. 2만원 더 주고 좀 더 좋은 좌석을 갈지 진지하게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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