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토마스 체헤트마이어가 서울시향으로 왔다. 그 당시 공연을 꽤 좋게 듣기도 했고, 프로그램도 내가 좋아하는 곡들 위주로 짜여져 있어서 가게 되었다. 금일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1부>==================================
W.A.Mozart - 바이올린 협주곡 3번 G장조 K.216
A.Schoenberg - 정화된 밤 op.4
===========================<2부>==================================
F.Mendelssohn - 교향곡 3번 A단조 '스코티시' o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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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인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은 그가 남긴 5개의 협주곡 중 5번과 함께 좋아하는 곡 중 하나다. 그가 남긴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나 3년 전의 연주(당시에는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그의 부인과 같이 연주함)를 생각해보면 꽤나 좋은 연주가 나올 것 같다는 기대가 있었다.
근데 3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오늘 협주곡 연주는 영 아니었다. 바이올린 독주의 첫 시작부터 미묘하게 음정이 어긋난 것을 시작으로 빠른 패시지의 몇몇 부분은 음표 몇 개를 휘리릭 날려서 연주하는 등 준비가 부족해보이는 연주를 들려줬다.
게다가 독주 뿐만 아니라 지휘를 겸했는데 1악장에서는 호흡이 서로 맞지 않아서 굉장히 어수선하게 느껴지는 연주였다. 뿐만 아니라 짧은 카덴차 후 오케스트라가 다시 연주를 하는 부분에서 정돈이 되지 않는 연주를 들려줬다. 지휘와 독주 모두 완성되지 않았다는 느낌이었다.
두 번째 곡인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은 '달홀삐'와 같이 청자들을 고통스럽게(?)하는 그 답잖게 무척이나 낭만적인 곡이다. 전체적인 느낌은 '물이 흘러간다.'였는데 좋게 말하면 해석이나 연주나 굉장히 무난하단 얘기고, 나쁘게 말하자면 솔직히 좀 지루한 연주였다. 어제 야간 작업을 마치고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다보니 조금 몽롱한 상태에서 곡을 들은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 같다.
1부가 썩 만족스럽지 않았던 반면 2부는 꽤나 만족스러운 연주였다. 1악장의 서주 부분의 템포를 살짝 빠르게 잡고, 반복부를 생략하여 연주를 했는데 곡이 너무 루즈하게 흘러가지 않고 적당히 긴장감을 주어서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다. 3악장도 이와 비슷하게 조금은 빠른 템포로 잡고 연주를 진행하였다. 초반부에 바이올린의 음량이 너무 크니 줄이라는 지시를 하기도 했는데 이후에는 다이나믹 폭이 확실히 넓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체헤트마이어의 지휘에 맞춰서 오케스트라가 상당히 반응이 빠르게 나온 것을 이 외에도 여러 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악장 간에 휴식을 짧게해서 곡 전체의 통일감을 주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꽤 효과가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조금은 아쉬운 부분은 2악장에서 있었는데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의 해석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쉬웠던 1부의 공연과는 달리 상당히 괜찮은 2부를 들어서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몸 상태가 좋았으면 좀 더 집중해서 연주를 들을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점은 살짝 아쉽긴 하다. 일단 다음에 계획해둔 공연은 서울시향의 합창 공연이긴 한데, 이건 상황에 따라서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약 가지 않는다면 아마 올 해 공연은 이것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다. 12월 말쯤에 올 해 갔던 공연들을 되짚어보는 포스팅을 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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