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80629]서울시향-마르쿠스 슈텐츠의 모차르트 교향곡-II

MiTomoYo 2018. 6. 30.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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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깐, 1주일만에 또 공연을 보러갔다. 체력이 된다면 다음주에 있을 공연도 보러가게 될 것 같지만...


여튼 오늘 공연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지휘는 마르쿠스 슈텐츠가 맡았다.


===========================<1부>==================================
W.A.Mozart - 교향곡 39번 Eb장조 K.543

W.A.Mozart - 교향곡 40번 G단조 K.550

===========================<2부>==================================
W.A.Mozart - 교향곡 41번 C장조 K.551

(Encore: W.A.Mozart - 교향곡 1번 Eb장조 K.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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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지휘자 아르농쿠르는 모차르트의 마지막 3개의 교향곡은 사실 하나의 거대한 오라토리오를 구성하는 각각의 곡이라는 주장을 했다.[각주:1] 그 때문인지 2018년 프로그램이 나왔을 때 이 공연만큼은 반드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터였다.


프로그램 북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개인적으로 슈텐츠의 해석은 이러한 해석에 동의한다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첫 곡인 39번 교향곡을 슈텐츠는 장대한 서곡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뒤의 두 교향곡의 템포는 상당히 빠르게 잡은 반면 이 곡은 평범한 수준의 템포로 곡을 연주했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편의 연주였지만 3악장의 미뉴엣이 좀 더 춤곡 특유의 느낌이 잘 살았으면 좋았을텐데....란 아쉬움이 살짝 느껴지기도 했다. 서울시향의 연주는 초반에는 약간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갈수록 괜찮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곡인 40번 교향곡은 간주곡과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오늘 공연에서 조금은 아쉬웠던 점이 40번 교향곡이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1악장이 너무 밋밋하게 흘러간데다 3악장의 트리오의 템포를 미뉴엣과 비슷하게 잡은 것이 내 기준으로는 썩 어울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마지막 41번 교향곡은 피날레답게 빠른 템포, 강렬함, 흥분이 느껴지는 해석이었다. 4악장의 첫 푸가 이후 연결되는 부분이 삐그덕거린 점은 아쉬웠지만, 전체 곡을 듣는 내내 상당히 몰입해서 들을 수 있었다.


오늘 공연에서 또 한 가지 언급해보고 싶은 점은 바로 현악기 배치인데 현악기 배치가 1바이올린-첼로(베이스)-비올라-첼로(베이스)-2바이올린으로 구성되어있었다는 것이다. 바이올린을 지휘자 양 옆에 두는 것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배치이긴 하지만 실황에서는 딱 한 번 경험한데다가 당시에는 왼쪽 사이드에 앉는 바람에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었다. 그 때문에 이번 공연에서는 가운데에 자리를 잡은 만큼 과연 '음반에서 듣는 것처럼 바이올린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효과가 날까?'하는 점이 무척 궁금해졌다. (그 역효과로 오히려 곡 하나하나에 집중을 잘 못한 것 같기도 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우선 양옆 바이올린 얘기부터. 솔직히, 음반에서는 양 옆의 소리를 아예 분리시켜버리는 것이 가능하기에, 솔직히 공연장에서도 음반과 비슷한 효과가 날까?란 생각을 했었는데 여러 부분에서 그 효과가 괜찮게 들려서 상당히 놀랐다.

크게 바이올린끼리 화음을 내는 부분과 주고 받는 부분이 포인트였는데, 전자는 39번 교향곡 1악장, 후자는 40번 교향곡 3악장에서 제대로 포착해서 들을 수 있었는데 그 때 받았던 느낌을 내 어휘력으로는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이 너무 아쉬울 뿐이다.


비올라의 중앙 배치 역시 매우 만족스러운 부분. 일반적으로 비올라 파트는 지휘자가 정말 강조해서 지시를 할 때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살짝만 비올라가 나오기만해도 그 존재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듣는 재미를 한층 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음부를 절반으로 나눈 것은 절반의 성공. 빠른 템포에서(특히 40번 4악장)는 원래 저음부가 명료하게 연주하기 어려운데다가 서로 파트까지 나눠져있다보니 약간은 정리되지 않은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그리고 41번 4악장 같은 경우에는 베이스의 밸런스가 서로 맞지 않아서 오른쪽에서는 베이스의 강렬한 저음이 들린 반면 왼쪽에서는 그 존재감이 없어진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부분, 특히 느린 악장에서만큼은 이러한 배치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저음부가 공연장을 골고루 울려주는 느낌은 다른 공연에서는 느끼지 못한 색다른 경험이었다. 보통은 완서악장을 듣다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공연만큼은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앙코르로는 모차르트의 교향곡 1번 전 악장을 연주했는데 공연장에서, 그리고 집에 오면서 생각해볼수록 탁월한 선곡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차르트가 8살 때 작곡했다는 이 곡은 모차르트의 잠재성을 보여주는 곡이기도 하지만 객관적으로는 아직 부족한 점이 곳곳에서 보이는, 특히 느린 악장에서는 아직 곡을 진행시키는 능력이 부족한 점이 드러나는 것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 때문인지 20년 뒤에 그가 작곡한 후기 교향곡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고 생각한다.

또한 집에 오면서 마지막 교향곡에 이어 다시 1번 교향곡이 연주가 되는 것이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모차르트의 유산이 영원히 이어져나가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마침 1번과 39번이 Eb장조로 조성마저 같은 것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연주력에 있어서는 솔직히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다. 좀 더 좋은 실력을 가진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했다면 정말 깊은 감동을 받고 집으로 귀가했을텐데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오늘 공연에서는 그 동안 쉽게 느끼지 못했던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볼 수 있던 순간도 많았다. 이래서 공연장을 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1. 실제로, 그가 Concentus Musicus Wien을 지휘해 남긴 음반을 들어보면, 39번 교향곡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40번 교향곡이 등장한다. 41번 교향곡은 CD의 분량 문제로 따로 떨어져나갔지만, 하나의 CD에 수록이 가능했다면, 아마 쉼없이 연주하지 않았을까 싶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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