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90628]에라토 앙상블-PEACE and FRIENDSHIP @ 서울

MiTomoYo 2019. 6. 29.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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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연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딱히 들지 않다 보니 점점 공연 후기 쓰는 주기도 길어지는 것 같다. 이리저리 바쁘다 보니 챙길 시간도 많이 줄어들었고...

오늘 공연도 평상시 같으면 '그런게 있나 보다'하고 넘어갔을 테지만, 예전에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지휘를 맡아주셨던 선생님께서 멤버로 계시다 보니 오랜만에 얼굴도 뵐 겸 가게 되었다. 그래서 후기 쓰기가 조금 조심스럽긴 하지만....

 

오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1부>==================================

W.A.Mozart - 바이올린 협주곡 3번 G장조 K.216 (바이올린:  페데리코 아고스티니)

A.Schnittke - 바이올린 소나타 1번(실내악 편곡 Ver.) (바이올린: 올레 크리사)

===========================<2부>==================================
W.A.Mozart -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Eb장조 K.364 (바이올린: 양성식, 비올라: 올레 크리사)

(Encore-J.S.Bach -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1번 A단조 BWV.1001 중 Adagio, 바이올린: 올레 크리사)

J.Suk - 현을 위한 세레나테 Eb장조 op.6

===========================<Encore>==================================

H.Mensini - 핑크 팬더 주제곡

E.Morricone - 가브리엘의 오보에

J.S.Bach -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A단조 BWV.1043 1악장 (Jazz Style 편곡)

R.Løvland-You Raise Me Up

A.Vivaldi -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겨울' 2악장-3악장(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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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을 보면 알겠지만 연주한 곡의 수가 상당히 많았고, 실제로 3시간 정도 소요된 연주회였다. 특이하게 협연곡이 3곡이나 배정이 되어있다. 또한 곡 중간에 잠깐씩 해설을 곁들이다 보니 시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이다보니 상당히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협연을 맡은 페데리코 아고스티니는 I Musici의 리더로도 활동한 바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란 소개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간 아쉬운 연주. 모차르트의 곡들이 '잘해야 본전'인 케이스가 많긴 하다곤 하지만, 그래도 무난함을 넘어선 무언가가 없단 느낌이었다.

사실 자리를 합창석으로 잡아서 그런가 독주 바이올린의 소리가 먹먹하게 들렸고 그 때문인지 속주 부분은 뭉개져서 들린 탓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슈니트케는 이름만 들어봤지 곡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어떤 곡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찾아보니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곡에서 실내악단 편성으로 슈니트케가 재편곡을 했다고 하며, 특이하게도 하프시코드가 편성되어있다.

바이올린 독주를 맡은 올레 크리사란 분은 베토벤 사중주단(쇼스타코비치의 현악사중주 15곡 중 13곡을 초연했던 단체)의 바이올린 멤버로도 활동한 이력이 있었다.(좀 더 첨언을 하자면 1977년 멤버가 되었다고 하니 쇼스타코비치와 실질적인 인연은 없는 셈이지만.. 여튼) 그리고 비올라 단원으로 계시는 황대진 선생님께서 지휘를 맡아서 연주를 진행했다. 이번 연주회를 통틀어 유일하게 지휘자를 둔 곡이다.

현대곡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곡을 듣고 뭔가 곡의 포인트를 하나만 잡아도 성공이란 생각을 하고서 감상에 임하는 편인데, 이번 곡의 경우 제대로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가장 인상적인 포인트는 매우 깔끔한 코드 위에 바이올린의 멜로디를 얹은 뒤 점차적으로 조성을 파괴시켜 나가는 것을 표현한 3악장이었다. 마찬가지로 이를 활용한 곡의 마무리 부분 역시 무척 인상 깊게 들렸다.

모차르트 협주곡 때와 마찬가지로 독주 바이올린의 소리가 벙벙하게 들리긴 했지만 악단의 규모를 줄여서 연주를 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바이올린 독주가 묻히지 않은 데다 연주도 깔끔한 편이었다.

여담의 여담이지만 대진쌤의 지휘를 오랜만에, 무대가 아닌 관객석에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2부의 첫 곡으로 연주한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는, 개인적으로는 이번 연주에서 가장 아쉬웠던 곡이란 생각이 든다. 1부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한 올레 크리사가 비올라를 맡고 바이올린은 양성식 음악감독이 연주했다.

일단 독주자 간의 조화가 잘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양성식의 바이올린 소리가 거지 같은 롯데 콘서트홀을 날카롭게 관통하는 직선 같은 느낌이었다면 올레 크리사의 연주는-비올라의 악기 특성을 감안해도-둥글 거린 단 인상을 받았다. 거기에 바이올린은 독주자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연주 스타일이었다면 비올라는 조화를 추구하는 듯한 스타일로 연주를 진행했다. 서로 확연히 다른 스타일로 연주가 진행되다 보니 서로 주고받는 부분마다 탁탁 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반주도 1악장 초반부터 살짝 아슬아슬했는데 독주가 나오기 직전에서는 현-관이 꽤 어긋나서 양성식 음악감독이 활로 어느 정도 박자를 맞춰준 뒤에야 정리가 될 정도였다. 앞서 언급한 독주자 문제까지 겹쳐지다 보니 뭔가 정리가 되지 않은 듯한 느낌을 계속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앙코르로는 올레 크리사가 바흐의 곡을 하나 연주했는데, 미스 핑거링 하나를 제외하면 괜찮은 연주를 들려줬다. 비올라 연주 후 바이올린을 연주하면 음정이 불안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금방 영점을 잡고 안정적인 연주를 들려주는 것을 보고 '이런 것이 관록인가...'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규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은 요세프 수크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였다. 드보르작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작품이라는 설명을 들었는데, 멜로디라던가 화성 진행에서 드보르작의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에라토 앙상블의 연주도 상당히 밀도 높은 연주를 들려줬고, 이번 연주회에서 가장 높은 완성도를 들려준 곡이었다고 생각한다.

 

앙코르로는 무려 5곡을 연주했는데, 대중적인 곡들을 위주로 선정했다. 핑크 팬더 주제가를 통해 공연장을 유쾌한 분위기로 만든 뒤 가브리엘의 오보에로 차분하게 만들었다가, 재즈 풍의 바흐 연주로 흥겹게 만든 뒤 You Raise Me Up으로 다시 가라앉히고, 마지막으로 비발디의 겨울로 강렬하게 마무리를 지은,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앙코르 편성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앙코르 곡은 재즈 풍의 바흐 협주곡. 에라토 앙상블 단원 한 명과 객원 출연한 단원(타카오 후리하타(Vn) / 사무엘 오르테가 산체스(Cb)) 2명이 독주자로 나서서 연주를 했는데, 나름 느낌이 괜찮았다.

 

 

여담)

또 롯데콘서트 홀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합창석 왼쪽(객석 기준)에 앉아봤는데, 롯콘의 음향은 영 좋지 않은 상태란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좌석이었다. 예당 합창석에서는 적어도 독주자의 연주가 '벙~'한 느낌으로 들리진 않는다.

그리고 안내원의 대응도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공연 중에 계속해서 카톡을 하는 관객이 있었는데 이를 제지하지 않고 곡이 끝날 때까지 그대로 방치한 것은 특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작년에도 그대로 쓴 것을 방금 발견했다. 음향이야 쉽게 개선이 안 되는 것 알지만 그럼 서비스 부분에서라도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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