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80201]서울시향-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

MiTomoYo 2018. 2. 2.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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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가는 첫 공연이다. 계속해서 예매를 미루다보니 거의 매진이 되어서 좋은 좌석을 구하지 못한 것은 살짝 아쉽다. 메인 타이틀로 걸어둔 '황제'보다도 브루크너 6번을 실연으로 들어보고 싶어서 가게 되었다.

오늘 공연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1부>==================================
J.Wagenaar-'말괄량이 길들이기' 서곡 op.25
L.v.Beethoven - 피아노 협주곡 5번 Eb장조 op.73 '황제'(피아노: 예브게니 수드빈)
(Encore: D. Scarlatti, Keyboard Sonata in F minor, K.466)
===========================<2부>==================================
A.Bruckner - 교향곡 6번 A장조
==================================================================

서곡은 바게나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서곡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곡이었고, 프로그램 북의 설명을 보니 셰익스피어의 동명의 작품을 모티브로 작곡한 연주회용 서곡이라고 한다. 내용을 제대로 알고 들었으면 좀 더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곡은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서곡이란 느낌이 드는 곡이었다.
앞으로는 서곡만큼은 미리 들어보고 가야할 것 같다. 매번 '잘 모르는 곡이라서....'로 퉁치기도 쫌 그래보이고 말이다.


지금에야 3, 4번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는 어렸을 때 집에 있었던 뵘-폴리니 조합으로 자주 들었던 곡이다.
수드빈의 피아노는 음이 상당히 명확하게 들리는 스타일로 연주를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음색의 변화를 좋아하는 편이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느낌의 연주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이런 부분은 2악장에서 특히 아쉽게 느껴졌는데, 오케스트라의 절절한 느낌과 조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연주는 미스터치가 꽤 있었는데 이 역시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오히려 앙코르 곡이 더 괜찮게 느껴졌는데, 2악장에서 앙코르 곡의 마지막 부분과 같은 터치로 쳤으면 더 괜찮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브루크너 교향곡 6번은 구조적으로 치밀한 5번과 대중적인 7번 사이에 위치한 약간은 애매한 입장의 곡이지만, 듣다보면 영화에서 사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 들 정도로 어렵지는 않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브루크너 교향곡 자체가 국내에선 실연으로 접하기가 쉽지는 않은 편이기에 이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최근의 서울시향의 연주력을 감안하면 괜찮은 연주를 들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다.
지휘자인 헤르무스는 다이나믹에 중점을 둔 해석을 들려줬는데 신선한 부분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던 부분들을 먼저 적어보려고 한다.
일단은 자리의 아쉬움.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오른쪽 사이드에서 들었는데 박스석과는 다르게 베이스의 소리가 지나치게 크게 들리는 반면에 바이올린의 소리가 잘 포착이 되는 편은 아니었다. 그 동안은 '그래도 바이올린은 멜로디를 맡는 경우가 많으니 조금 작게 들려도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왠만하면 중앙자리로 예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제대로 들었다.
앙상블에서도 어딘가 모르게 살짝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큰 실수가 있거나 하진 않았지만 중간에 조금씩 어? 음? 이란 생각이 드는 부분들이 있었다. 특히 3악장이 그런 부분들이 있었다. 바이올린의 음이 급격히 도약하는 부분에서 음정이 엇나가는 부분들도 있었고....
그렇다고해서 연주가 별로였던 것은 아니었고, 3악장을 제외하면 연주는 꽤나 좋았다. 특히 2악장에서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비장함과 애절함의 표현은 상당히 괜찮았었다. 4악장에서도 크게 흠잡을만한 부분은 없었다.


안토니 헤르무스의 지휘도 살짝 언급을 해보자면 '연주자 친화적'이며 '강력한 비올라 사랑!'을 보여주었다. 먼저 지휘가 상당히 알아보기 편하다보니, 서울시향도 이에 맞게 반응이 상당히 빠르게 나왔었다. 특히 다이나믹을 줄이라는 표현에서는 보면대에 몸을 숨길 기세로 허리를 굽히는 등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또한 비올라를 보며 소리로 박자를 맞추는 모습도 자주 보였는데, 이게 지휘자가 소리를 크게 내다보니 앞좌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아마 음악과 함께 헤르무스의 겐세이(?)도 같이 들었을 것이다. ㅎㅎㅎ;;;
개인적으로는 헤르무스는 멜로디와 감정을 표현하는(특히 현악기에서)부분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고, 혹여나 다음 번에 다시 연주를 들을 기회가 있으면 이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곡을 선곡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다음 공연은 2월 22일에 있을 서울시향의 바로크 음악 시리즈를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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