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음반리뷰

코릴리아노, 베토벤, 아르보 페르트(앨범명 : Credo) - 엘렌 그리모, 에사-페카 살로넨

MiTomoYo 2013. 8. 1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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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클래식 음반의 구성하면 교향곡이나 협주곡 1~2, 뭐 독주곡이라면 그냥 컴필레이션 음반 비슷한 구성이거나 아님 한 명의 작곡가의 여러 작품들을 집어넣거나 하는 식이다. 그런데 앨범 속에 하나의 주제를 선정하고 그에 맞는(장르에 상관 없이-협주곡이던 독주곡이던지)곡들을 삽입한 음반이 있다면 나름대로 신선한 구성이 아닐까 싶다. 오늘 리뷰할 음반이 바로 그 것이다.

 

올해 1 29일에 내한한 피아니스트 엘렌 그리모를 처음 접한 것은 바로 이 음반을 통해서였다. 이것저것 많이 들어있는 DG111의 첫 번째 시리즈에서 어떤 음반들이 있을까 한장한장 들춰가다가 눈에 띈 음반이기도 하다. 일단 앨범 커버가 굉장히 몽환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곡의 구성을 봤다. 소나타도 있고 오케스트라 곡도 있고, 합창곡도 있고... 그 동안 보지 못한 꽤나 이질적인 구성이었다. 음반을 듣고 나는 그리모의 팬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한 공연은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못 갔다. ㅠㅠ)

 


<이 음반 사진, 참 마음에 든다. 특히 몽환적인 분위기가 나는게.....>


일단 음반의 구성을 보자. 존 코릴리아노의 Fantasia라는 곡,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Tempest)과 코랄 판타지, 그리고 아르보 패르트의 Credo라는 곡이 수록되어있다. 언뜻 보면 무슨 조합인가 싶을 정도지만 곡을 주의 깊게 듣다 보면, 그리모가 이 음반의 구성을 치밀하게 했음을 알 수 있다.

 

코릴리아노는 영화 'Red Violin'에 삽입된 곡을 작곡한 미국의 작곡가이다. 수록된 코릴리아노의 Fantasia on an Ostinato는 베토벤의 교향곡 72악장(Allegretto)를 기본 모티브로 작곡한 곡이다. 처음 두 음에서 이 곡을 모티브로 썼음을 어렴풋하게 보여준 뒤 곡을 전개시켜 나간다. 대충 들으면 잘 느껴지지는 않지만 듣다 보면 7번 교향곡이 여러 곳에 숨어있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그리모가 곡을 이끌어 나가는 과정도 인상적이다. 밀당을 잘한다라는 느낌이다.(표현이 저속하다!) 몽환과 격정을 계속해서 오가는데 느껴지는 분위기가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몽환적인 분위기에서의 섬세한 표현력에 더 감탄을 한다.


<22번째 음반이다?! 콩라인?? 하지만 음반을 들어본다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7번의 경우는 1악장에서는 강한 타건을 보여준다. 다만 5 10초경에서 액센트를 주려 하다가 절뚝거리는 듯한 연주를 한 것은 좀 아쉽긴 하다. 2악장은 너무 무난하게 흘러간 감이 있어서 아쉬웠다. 3악장은 첫 부분에서 오른손의 8분음표 스타카토를 처음에는 지키지 않다가 중간부분 부분부터 지켜나간다. 4 51초 가량에서의 스포르찬도를 유난히 강하게 처리한 것도 귀에 들어왔다. 이 음반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무난한 (그래서 더 아쉬운) 느낌이 든다.

 

베토벤의 코랄 판타지는 (내가 배운 음악 교과서에 따르면) 합창 교향곡을 쓰기 전에 베토벤이 실험적으로 행한 곡으로 알고 있다. 피아노가 첫 3분 가량을 홀로 연주한 후에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그리고 합창이 가미된 연주가 진행이 되는, 조금은 특이한 형태의 곡이다. 피아노의 독주는 꽤나 화려한 테크닉을 요구하고, 그리모는 여기서는 뒤이어서 나올 오케스트라와의 조화를 좀 더 염두에 두고서 연주를 하지 않았나 싶다. 이어서 마치 피아노 협주곡과 같은 곡의 진행이 시작되는데, 처음 피아노의 독주 부분의 패시지는 앞서 연주한 템페스트 소나타의 1악장 첫 부분과도 상당히 유사하다. 그리모가 왜 이 곡과 함께 템페스트도 넣었는지 어렴풋하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서 나오는 피아노의 독주는 합창 교향곡의 음형과도 꽤나 닮은 느낌을 준다. 이를 계속해서 변주해나가는 것도 합창 교향곡의 진행과 유사한 부분이다. 듣다 보면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와도 유사한 느낌이 드는 부분들도 많이 느껴진다. 마치 베토벤의 곡들을 몇 개 모아서 콜라쥬를 시킨 느낌이다.(아까 코릴리아노의 곡처럼) 에사-페카 살로넨은 여기에 중점을 두고 지휘를 한 느낌이다. 그리모는 이 곡을 피아노 협주곡처럼 생각을 하고 연주를 진행해 나간다. 오케스트라와 같이 연주할 때와 독주하는 부분의 음색이 살짝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반면 합창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반주의 역할에 충실한 느낌을 받았다. 합창의 경우는 성부를 여성과 남성을 각각 왼쪽 오른쪽으로 나눠서 진행을 했고, 딕션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것인지는 몰라도 가사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잘 들리는 편이다.

 


<코랄 판타지 피아노 독주의 마지막 부분,  Adagio라는 템포가 연주자를 살린 것 같다... 아무래도...>


이 음반의 백미는 마지막 트랙인 Arvo Part Credo일 것이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종교적인 색채의 평범한 곡에서 바흐의 평균율이 삽입되고, 뒤이어서 서서히 공포의 영역으로 들어가 완전한 혼돈의 영역이 펼쳐졌다가 바흐의 평균율로 다시 정리가 되고 평화롭게 마무리가 되는 곡이다. 특히 7 18초에서부터 9 20초가량의 부분의 (가칭)혼돈의 영역은.... 꼭 들어보길 추천한다. (물론 전체적인 곡을 들으면 더 감동이 오겠지만....) 여기서의 피아노는 코랄 판타지의 협주가 아닌 오케스트라의 한 악기에 불과하단 느낌이 들 정도로 연주 시간 자체는 짧은 편이다. 하지만 곡의 모티브인 바흐의 클라비어 평균율 1 C장조 프렐류드, 그리고 혼돈 영역에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혼돈의 영역을 빠져 나온 후의 조용하게 연주되는 평균율에서는 전율이 흐를 만큼 멋진 활약을 보여준다. 에사-페카 살로넨의 해석 역시 강렬하다.


<잘 안보이지만, 잠깐 한 눈을 판 사이에 종이로 된 음반 커버가 물에 젖었다..... 아오 ㅠ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음반이 엘렌 그리모의 DG데뷔 음반이고, 이후에도 이와 같은 컨셉의 음반을 여러 개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나중에 그녀의 reflection음반도 리뷰할 생각이다. 이 음반도 내가 좋아하는 음반!) 또한 DG에서는 그녀에게 음반 내용도 위임을 했다고 알고 있다. 결론은 훌륭하다. 독주곡이나 협주곡, 심지어는 오케스트라에서 (중요하지만) 부수적인 역할을 하더라도 그녀의 연주는 훌륭하다. 게다가 고전에서 현대를 아우르는 레퍼토리, 정말 신경을 많이 쓴 선곡까지 이 음반이 가지는 내용은 음반의 내외적인 것을 따져도 훌륭하다 생각이 든다.

 

마음대로 별점 : ★★★★☆/5

마음대로 한줄 : 구성과 연주 모두 치밀하다! 특히 Credo(꼭 이 음반이 아니라도)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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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정보>

Deutsche Gramophone 111 Series Vol.1 22CD에 수록


1 - John Corigliano : Fantasia on an Ostinato for Solo piano

2~4 - L.v.Beethoven : Piano Sonata No.17 in D minor "The Tempest" op.31-2

5~6 - L.v.Beethoven : Fantasia for piano Chorus and Orchestra in C minor op.80 "Choral Fantasy"

7 - Arvo Part : Credo for piano, mixed choir and orchestra

 

<연주자 정보>

피아노 : 엘렌 그리모

스웨덴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 에사-페카 살로넨)

스웨덴 라디오 합창단(코러스마스터 : 론 라센)

 

<녹음 장소>

20039월 스웨덴 스톡홀름 Sveriges Radio Berwaldhallen에서 녹음

(5~7번 트랙은 실황 연주를 녹음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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