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음반리뷰

<나름 특집1 - 3(마지막)>베토벤 교향곡 5번, 6번(진먼, 톤할레 취리히)

MiTomoYo 2013. 8. 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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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발에 채일 만큼 수많은 베토벤 교향곡 5번 음반 중 나는 고작 3개의 음반만을 가지고 있다. 애초에 하나를 깊게 파거나(그나마 말러는 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하기보다는 좀 더 많은 음악들을 접하고 싶은 것 때문에 그런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번에 같은 곡이 든 음반을 리뷰를 하면서, 그리고 많이 알려진 곡을 리뷰를 하면서 더 세심하게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기회가 되면 또 이런 식의 글을 또 써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음반으로써, 데이빗 진먼이 지휘하고 톤할레 오케스트라 취리히가 녹음한 음반을 리뷰할 예정이다.


<진먼의 모습이 담긴 커버, 현대악를 위한 새 베런라이트 판본에 의한 세계 최초 녹음이다.>


위의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듯 이 음반은 새 베런라이트 판본에 의한 세계 최초 음반이다. 혹시라도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판본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당시 베토벤의 자필악보는 그야말로 상당히 개판(!)이어서 악보를 인쇄하거나 실수로 인해서 상당히 많은 오류들이 나타나게 되었고(대표적인 예로는 그의 피아노 협주곡 5 2악장의 박자 표가 있다. 베토벤이 작곡할 당시에는 2/2박자로 작성했으나, 인쇄업자의 실수로 4/4로 잘못 전해졌다.) 그리고 음악학자나 음악가들의 다양한 연구들로 이러한 오류들이 서서히 고쳐져 나가고 있고, 이러한 산물이라는 것이다.(간단하긴 개뿔! 겁나 길잖아!) 어쨌던 조너선 델 마가 재편집한 판본이다.

 

<가끔씩 리뷰를 보면 기존 음반과의 비교를 하며 이 음반을 평가절하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분들은 일단 악보를 좀 구해서 보시거나, 아님 최소한 슬리브 노트라도 제대로 정독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2페이지에 걸쳐서 설명한 것에 이 판본의 특장을 어느정도 유추해낼 수 있다.>


델 마의 의견에 의하면 자잘한 인쇄오류가 존재하는 판본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에 심한 유감을 표하고, 이 때문에 새로운 판본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그 동안 학자들이 연구해온 결과물을 반영했을 뿐만 아니라, 연주자에게 좀 더 편한 연주가 가능하게끔 신경을 썼다고 적어놓았다. 특히 아티큘레이션에 신경을 많이 썼고, 굳이 지휘자의 지시가 없더라도 어느 정도 충분한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해놓았다고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판본으로 작성이 된 베토벤 교향곡 3번의 몇 악기의 파트보를 봤었는데, 일반적으로 (아마추어들이)쓰는 Edwin F.Kalmus사의 악보에 비해서 가장 다른 점은 스타카티시모가 굉장히 많이 써져있다는 것이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일반적인 악보와 대조를 해보면서 어떤 부분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한 번 찾아볼 예정이다.

 

나는 베토벤 3번의 악보만을 봤지만 아마 이 판본이 모두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음반은 앞의 두 음반과는 달리 5번과 6번 교향곡이 실려있다. 어쩌면 이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이 든다. 사실 5번과 7번의 커플링도 괜찮은 조합이지만, 5번과 6번 교향곡은 동시대에 태어나고(작품번호 67,68), 같은 날 연주된 이란성 쌍둥이 같은 곡이지 않던가!

 


<5,7번이 아닌 5, 6번 커플링이다>


일단 5번부터 살펴보자. 일단 분명히 시대악기로 연주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대악기 연주와 같은 느낌이 든다. 또한 저음부와 팀파니가 상당히 강조되어있기도 하다. 특히 팀파니의 도드라짐은 리듬감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주는 것 같아서 더 마음에 든다. 또한 앞서 말한 것 처럼 프레이즈가 연결되는 느낌보다는 딱딱 끊어지는 듯한 느낌도 든다.(특히 198마디의 현과 관이 주고받는 부분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오보에의 짧은 카덴차는 진먼이 임의적으로 변형을 시킨 것이라고 하는데 당시에 이런 애드립을 염두에 두고서 작곡되었다고 한다. (출처 :http://phogn.tistory.com/2) 2악장의 경우는 8분 정도의 길이로 좀 빠른 템포로 진행했다. 멜로디라인 역시 계속 이어지지 않고 중간에 살짝 끊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두 효과 때문인지 느린 악장임에도 불구하고 늘어지는 듯한 느낌을 전혀 받을 수가 없다. 3악장에서는 Trio 이후에 나타나는 도돌이표를 충실하게 살렸다. 트리오 부분에서의 충만한 리듬감은 앞서 리뷰한 클라이버를 능가할 정도라는 생각도 든다. 3악장과 4악장으로 넘어가는 부분의 마지막 부분이 어긋나는 것 같아서 살짝 아쉽긴 하다. 많은 사람들이 4악장에서 소위 "빠방"한 맛이 부족해서 아쉽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하는데 이 음반처럼 금관이 연주를 함에도 불구하고 현의 소리가 잘 포착되는 녹음은 없었다.(비교 녹음들 : 번스타인 구녹음, 불레즈, 텐슈테트 실황, 가디너, 클라이버, 솔티CSO-클라이버를 제외하면 전부 mp3파일임) 당연히 금관이 파워가 약하니 약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오히려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당연히 도돌이표를 충실히 지켜서 연주한다. 피콜로의 상승스케일이 다른 연주와는 다르게 또박또박 연주하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템포들이 상당히 빠른 편이다.>


이어서 6번 교향곡의 리뷰이다.[각주:1] 예전 리뷰 내용은 그냥 간단하게 작성하고 마쳤는데 가장 큰 이유는 그 당시만 하더라도 전원 교향곡은 베토벤 교향곡 중에서는 가장 적게 듣는 곡이었고, 또 크게 관심을 가지던 곡도 아니어서 쓸 말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최근에 이 곡을 연주할 기회가 생기면서 덩달아서 이 곡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난 것도 사실이어서 이 부분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원 교향곡은 쌍둥이 교향곡인 5번 교향곡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곡이다. 따다다단~이란 핵심적인 리듬이 전체를 관통하는 곡이 5번 교향곡이라면 6번 교향곡은 훨씬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형식적인 측면은 고수하고 있지만) 진행이 되고 1악장이나 2악장에서 크게 느낄 수 있는 곡의 반복적 진행은 가깝게는 슈베르트, 멀게는 브루크너까지 영향을 미친 교향곡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단 간단하게 음악 진행 시간은 도돌이까지 전부 지켜서 40분이 안넘어가는 매우 빠른 템포의 연주며 1악장의 템포가 특히 빠른 편이다. 템포 지정을 생각해보면 과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Allegro ma non troppo) '시골에 도착했을 때 느끼는 즐거운 감정' 이라는 부제를 생각해보자면 이 쪽의 템포 설정이 더 와닫지 않나 싶다. 군데군데 나타나는 바이올린의 날카로운 16분 음표 트레몰로라던가 스타카티시모의 표현이 특히 인상적이다.[각주:2] 


2악장의 템포는 평범한 축에 속하지만 1악장과의 대비로 인해서 더 여유롭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음색도 약음기를 낀 것을 감안하더라도 굉장히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판본의 영향인 것인지 프레이즈를 확실하게 구분 짓는 것도 인상적이며, 2악장 첫 도입부라던가 슬러 스타카토가 등장하는 부분에서 이러한 특징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 트릴을 처음에는 가속을 붙여서 연주하도록 한 것도 꽤 독특한 점이며, 진먼 특유의 바순 사랑(?)도 은연중에 느껴지는 것 같다.[각주:3] 마지막 목관악기의 새소리 묘사의 경우 2번을 반복하는데 플룻의 트릴을 각각 다르게 연주한 것도 특이하긴 하다.


3악장은 역시 템포가 빠른 편이며 악센트를 강조해서 리듬감도 상당히 느껴지며 마찬가지로 2악장과의 대비가 확실하게 느껴진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2/4박자에서 숨겨진(?) 비올라의 멜로디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총보를 보면 바이올린 1,2가 연주하는 멜로디를 비올라, 바순이 이어받아서 연주를 하는 느낌이 강한데 앞부분은 들리는데 스포르잔도가 나오는 부분은 묻혀버리는 녹음이 많은데, 진먼의 경우는 스포르잔도가 나오는 부분에서 바이올린의 음량에 변화를 줘서 두 멜로디가 잘 어우러진다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데이빗 진먼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빨간 부분은 비올라, 노란 부분은 바순 - 개인적으로는 베토벤이 이 멜로디가 바이올린에 묻히는 것을 막기 위해서 비올라와 바순이 더블링을 하지 않았나 싶다>


3악장의 Presto는 정말 정신없는 템포로 몰아친 뒤 4악장으로 넘어간다. 4악장은 진먼의 지휘라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칼같은 트레몰로나 웅얼거리지 않는 저음 파트, 하드 스틱을 이용해서 존재감이 확 드러나는 팀파니의 음색, 군데군데 튀어나오는 목관악기들의 소리가 그것이다. 다만 마구 휘몰아치는 거친 폭풍우를 생각하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5악장은 상대적으로 관의 비중, 그 중에서도 호른의 비중을 크게 높였다고 생각하는데, 대표적으로 앞 부분에서 첼로와 호른이 주선율을 연주하는 부분에서 첼로보다도 호른 소리가 훨씬 크게 나타나는 점이라던가 멜로디가 아닌 화성적인 부분을 채우는 부분에서도 호른의 소리가 들린다는 점이 그것이다. 전체적인 해석은 각 성부의 균형을 맞춰서 성부가 잘 어우러지는 쪽에 더 초점이 더 맞춰져있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곡을 직접 연주해보면 곡에 대해서 느끼는 점이라던가 할 수 있는 얘기가 많아지는 것 같아서 좋은 것 같다. 예전에 10줄짜리 간단한 감상평은 사실 꽤 마음에 걸렸던 터였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내용을 보강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마음대로 별점 : ★★★★/5

마음대로 한줄 : 새로운 판본이 다른 판본과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 굳이 악보를 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되는 녹음. 음질과 연주의 측면에도 괜찮은 편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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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정보>

Arte Nova에서 발매

 

1~4 - L.v.Beethoven : Symphony No.5 in C minor op.67

5~8 - L.v.Beethoven : Symphony No.6 in F major 'Pastorale'op.68

톤할레 오케스트라 취리히(지휘 : 데이빗 진먼)

 

(1~8)
1997년 3월 25일~26일  스위스 취리히 톤할레에서 녹음


레코딩 프로듀서 : 크리스 하젤

사운드 엔지니어 : 사이먼 에돈, 아담 치그넬


조너선 델 마에 의한 베런라이터 판본을 이용한 세계 최초 녹음

  1. 이하 내용은 2015년 2월 15일에 수정한 내용입니다 [본문으로]
  2. 뭐 여러번 언급한 것 처럼 베런라이트 판본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한 것이 스타카토가 스타카티시모로 전부 표기되었다는 점이다. [본문으로]
  3. 슈만 교향곡에서도 그렇고 바순이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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