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음반리뷰

브루크너-교향곡 9번(Edition. Nowak)(틴트너,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MiTomoYo 2013. 11. 10.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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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입문하기 정말로 어려운 작곡가들을 얘기하라고 하면 항상 순위권에 드는 작곡가 중 하나가 브루크너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뭐 개인적으로도 인정을 하는 것이 일단 브루크너는 길이가 길고 또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를 찾는 것도 결코 쉽지가 않다. 게다가 판본으로 인해서 분명히 같은 번호의 교향곡임에도 불구하고 뭔가가 다르고, 잘려있고, 악장 순서도 바뀌어있고..... 뭐 하여간 결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작곡가다.

 

내가 처음으로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들은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KBS 1FM에서였다.[각주:1] 누가 지휘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 9번 교향곡이었다. 1, 3악장은 이해가 잘 안됐지만 2악장 스케르초가 주었던 충격은 결코 잊혀지지가 않았다. 시간이 좀 흘러서 고등학교 2학년 때 동생이 어디 벼룩시장에서 음반을 하나 선물해줬다. 낙소스 15주년 기념 컴필레이션 음반이었는데(나중에 이 음반도 짧게 리뷰할 예정-리뷰하면 링크로 대체) 거기에서 브루크너를 다시 접했고- 곡은 브루크너 교향곡 2 2악장(스케르초), 1872 Carragan Edition-더불어서 게오르크 틴트너라고 하는 80대 노지휘자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음반을 모으던 시기에 브루크너 4번을 시작으로 한 장씩 모으기 시작하던 틴트너의 브루크너 전집은 약 4개월 만에 완성한 것으로 기억한다.[각주:2] 오늘 리뷰할 것은 나를 브루크너의 세계로 이끌어준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이다.


<당시 클래식 1FM에서 방송하는 곡들을 자주 녹음했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나중에 테이프를 다시 들었을 때는 스케르초만 흥미를 느꼈었다. >

 

틴트너는 브루크너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분명히 접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유대인이었던 그가 1930년대부터 빈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유럽을 떠나 이리저리 도피하던 그는 클래식 음악과는 거리가 있는 뉴질랜드나 호주, 캐나다 등지에서 활동을 계속한다. 1990년대 중반에 홍콩에서 객원 지휘를 하던 중에 NAXOS음반 사장 클라우스 하이만을 만났고, 1995년부터 6번 교향곡을 시작으로 3년 동안 브루크너의 교향곡 11곡을 모두 녹음해서 발매를 했다. 그의 브루크너 음반은 듣보잡 취급을 받던 틴트너를 한 순간에 브루크너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이 노 지휘자의 끝은 불행했다. 1999년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 그가 가지고 있던 지병인 암으로 인한 고통이 컸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게오르크 틴트너는 낙소스 브루크너 교향곡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직접 슬리브 노트도 작성을 했다. 읽다보면 다른 슬리브 노트와는 달리 이 곡에 대한 작곡가의 애정과 곡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정보들을 알 수 있다.>

 

브루크너의 교향곡의 개시를 알리는 현의 트레몰로부터 호른 8대가 연주하는 장엄한 멜로디에 이어서 목관이 서로 주고받는 부분에서 점차적으로 긴장감을 쌓아 올리다가 이를 한번에 터뜨리는데 그 과정이 상당히 인상 깊다. 총주부분에서 팀파니가 명확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쉬는 부분 직전에서 팀파니에 크레센도를 의도적으로 지시하면서 더욱 극적인 효과를 준다. 현이 주 활약을 하는 2주제에서는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느낌이 든다. 틴트너가 고수하는 바이올린을 양쪽에 배치하는 것 덕분에 서로 주고받는 부분의 효과가 극대화가 된다는 느낌이 든다.


<1악장에서 나타난 1바이올린과 2바이올린의 대비, 붉은 선을 중심으로 보면 된다. 바이올린을 양 옆으로 배치했을 때 이러한 악절의 효과가 극대화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다이나믹의 폭이 크지 않다는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예를 들어 레터 E 이후에 첼로가 ff로 나오는 부분[각주:3]을 좀 더 강렬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부분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3주제가 시작되는 현 트레몰로 위의 오보에, 클라리넷의 선율은 신비롭다 못해 무서운 듯한 느낌까지 주게 된다. 이어 현과 금관이 주가 되어서 다이나믹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부분은 역시 크게 대비되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오케스트라의 총주 부분에서도 밋밋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전개부분에서도 앞서 말한 것들과 유사한 모습들이 많이 나타난다. 재현부가 시작되는 333마디의 총주를 위해서 점차적인 긴장을 높여나가는 부분이 가장 인상 깊다. 금관의 총주 와중에도 현의 소리가 묻히지 않고 제대로 포착되는 것도 인상적이다. 400마디에서 시작하는 현의 약주 역시 앞서 말한 배치의 효과가 극대화 되는 부분이다. 팀파니가 잘 들렸다가 안 들렸다 하는 부분은 아쉬운 부분. 이어 2주제가 약간의 변화를 주어서 다시 한번 연주된 뒤 목관과 금관을 거쳐 코다로 넘어간다. 천천히 긴장도를 쌓아 올린 뒤 한번에 터뜨리면서 장대한 1악장을 마치게 된다.


강렬한 2악장의 스케르초의 제시부는 다른 음반들보다 더 빠르게 연주를 하는 것 같다.[각주:4] 목관의 리듬감이 살짝 둔하게 들린다는 느낌만 제외하면 1주제로 넘어가기 위한 분위기 조성을 제대로 해주고 있다. 이 템포대로 1주제로 곧바로 넘어간다. 강렬할 뿐만 아니라 빠른 템포 덕에 브루크너 스케르초 특유의 리듬감도 잘 살았다는 느낌도 든다. 음반이기 때문에 덜하지만 실제 연주회장에서 들었다면 분명히 강렬한 음향에 압도당했을 것이다. 트럼펫이 전체적으로 도드라지게 들린다는 특징도 있다. 2주제에서 팀파니는 여전히 웅웅거리는 소리로 시작하지만 불안한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지한다. 이어서 1주제를 반복하고 트리오로 들어간다. 트리오는 크게 리드미컬하게 진행되는 1주제와 아름답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분위기를 띄는 2주제가 변형되면서 3번을 등장하게 된다. 1주제와 2주제의 대비를 잘 시키고 비슷하지만 변화하는 부분들도 잘 드러내고 있다. 이어서 다시 등장하는 스케르초는 앞부분과 동일하다.


3악장의 첫 바이올린 도입부는 조금 아쉬운데 악보에 G-Saite, G현으로 연주하라고 적혀있는 만큼 좀 더 두터운 소리가 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반면 그 이후에 등장하는 금관의 코랄은 만족스럽다. 이어서 나타나는 오케스트라 총주 부분 역시 장엄한 분위기[각주:5]를 잘 살리고 있다. 현과 호른, 바그너 튜바로만 제시되는 경과부가 지나고 2주제가 진행이 된다. 마찬가지로 현의 두터운 사운드[각주:6]는 아쉽다. 전개부에서는 오히려 투명한 듯한 현의 사운드가 더 어울리는 듯하다. 현의 피치에 이어서 플루트의 외로운듯한 멜로디가 짧게 등장한 뒤 다시 시작부분이 잠깐 재등장하나 곧 변형되어서 진행이 된다. 잠깐 동안 총주가 된 뒤 다시 음량을 줄여서 연주가 진행이 된다. 현의 연주가 진행이 되는 동안 중간에 불쑥 끼어드는 오보에 소리는 왠지 모르게 슬프게 들린다. 다시 도입부에서 등장했던 오케스트라 총주가 나타나며 2주제가 진행이 된다. 마찬가지로 1바이올린과 2바이올린이 서로 양 옆에 놓인 배치 덕분에 서로간의 대화를 주고 받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목관의 연주가 끝나면 그 동안의 분위기에서 살짝 벗어나 조금은 밝은 분위기로 가는 것 같다가 다시 사그라들면서 목관의 8분음표 리듬 위에서 현이 멜로디를 연주하는데 현의 멜로디가 끝나고 난 뒤에도 나타나는 목관의 리듬은 아직 곡이 끝나지 않았으니 계속 긴장하라고 하는 경고음처럼 느껴진다. 2주제가 제 1바이올린에서 변형되어 나타난 뒤 복잡한 리듬의 반주 사이에서 금관악기가 곡을 계속해서 진행시켜 나가며 조금씩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에 클라이막스에 돌입한 후 압도적인 힘과 함께 마지막 불협화음을 날린 뒤 다시 분위기가 바뀌어서 2주제가 잠깐 등장한 뒤 평온한 분위기로 곡을 진행한 뒤에 코다로 들어간다.

<3악장 마지막 클라이막스의 음들(붉은색 부분)-뢰베나 샬크는 이러한 부분들을 모두 개정을 했다. 덕분에 브루크너의 곡들은 청중들에게 자주 왜곡되어서 등장했다. 브루크너의 원래 의도를 담기 위한 브루크너 학자들의 노력은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코다는 현의 대위적인 선율 위에 바그너 튜바와 트롬본이 조용하게 연주를 하며 중간에 플루트의 상승 음계가 등장하고 호른이 마지막으로 화성을 보강해주면서 곡이 조용하게 끝을 맺게 된다. 여담으로 틴트너가 직접 이 음반에 쓴 슬리브 노트를 보면 이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음향에 그 누구도 다른 음을 듣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어두었다.

 

<미완성으로 남아버린 불완전한 교향곡. 4악장은 약 80%정도 완성이 된 상태라고 하고, 지금은 여러 학자들을 통해서 완성본이 만들어졌고, 녹음으로 발매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3악장까지만 연주하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음반을 들으면서 딱 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조금 둔탁하게 들리는 팀파니와, 조금은 빈약하게 들리는 듯한 현악기가 그것이다. 하긴 이 음반에 따라다니는 수식어 중 하나가 브루크너의 오르간 사운드가 오케스트라의 수준 때문에 잘 살아나지 못하다는 것이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동의를 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브루크너 9번 음반이라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마음대로 별점 : ★★★/5

 

마음대로 한줄 : 아쉬운 팀파니, 조금 아쉬운 현, 그렇지만 인상적인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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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정보>

Naxos 발매 (1999년 발매)

1~3 : Bruckner-Symphony No.9 in D minor WAB 109

 

<연주자>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지휘 : 게오르크 틴트너)

 

199758~9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헨리우드 홀에서 녹음




------------------------------<각주>-------------------------------------------

  1. 정확히는 이것을 테이프로 녹음해둔걸 우연히 다시 들으면서 떠올릴 수 있었다. [본문으로]
  2. 총 11CD-1번 교향곡은 불량품이어서 나중에 다시 샀지만...... [본문으로]
  3. 앞 부분은 f [본문으로]
  4. 낙뮤라에서 몇 가지 음반을 들은 결과 이 음반이 제일 빠르게 연주를 한다. [본문으로]
  5. 소위 오르간 사운드라 불리는 [본문으로]
  6. 여기서도 G-Saite로 연주하라고 지시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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