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지는 않지만 여유로울 때 애니메이션을 종종 봐왔는데 블로그에 감상문을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 메뉴도 만들었다. 시간이 나면 예전에 봤던 애니메이션들의 감상문도 작성 할
예정이다. 줄거리를 단순히 나열하기보다는 작품을 보면서 느낀 다양한 이야기를 쓰는 것으로 글을 구성할
것이다.
가장 먼저 쓰는 감상문은 데스노트다. 오바 쓰구미의 원작 만화를 가지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다. 시청한 날짜는 7/25부터 7/27까지고 나는 원작 만화를 보지 않았다. 또한 감상문 특성상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혹시나해서 스포일러가 있을만한 부분은 접어두었다.
데스노트는 고등학생인 야가미 라이토가 어느 날 사신이 떨어뜨리고 간 노트를 줍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이 된다. 얼굴을 아는 사람의 이름을 적으면 죽게 되는 데스노트를 흥미롭게 여긴 야가미 라이토는 반신반의 했으나 실제로
자신이 이름을 적은 사람들이 죽게 되자 이 노트를 가지고 범죄자들을 처단하고 선한 사람들만이 살아가는 세계를 구축하는 이른바 ‘신세계의 신’이 되고자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야기는 크게 라이토와 ‘L’과의 두뇌싸움(1~17화), 노트가 요츠바라는 거대 기업에 넘어간 뒤에 라이토가
‘L’과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18~25화), 그리고 ‘L’이 죽은 뒤 니어와 멜로의 활약으로 결국 라이토가
패배하는(26~37화) 3부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 2부는 짜임새가 높은 이야기 구조와 인물간의 갈등 묘사를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3부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이야기가 허술하게 진행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1.L과 니아의 추리 과정
물론 라이토와 L의
두뇌싸움이 굉장히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해도 1, 2부와는 다르게 3부는 이야기가 너무 정신없게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L이 키라를 추리하는 과정들과는 달리 니어가 키라를 추리하는 과정은 마지막화를 제외하면 쉽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2. 1:1 vs 1:2
1:1
싸움이나 다름없던 1, 2부와는 다르게 3부의 경우는 니아와 멜로의 이야기가 분산되는 2:1형태의 싸움이 되었고 이는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진행되는데에 큰 방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1번 항목 역시 이러한 이유와 크게 연관이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3. 캐릭터성
L
이란 캐릭터는 독특하면서도 굉장히 매력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에 걸맞게 라이토와의 심리싸움에서 서로간의 대립하는 모습이
굉장히 효과적으로(라이토는 붉은색, L은 파란색)으로 나타난다. 반면 니아와 멜로는 이러한 캐릭터성이 매우 부족하다. 마찬가지로
2번 항목과 연관이 굉장히 깊다.
2. 가장 인상적인 장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자면 라이토가 나오미의 이름을 노트에 적은 후 자신이 키라라는 것을 밝히는 장면이다. 짧은 시간 동안에 나타나는 인물의 표정 묘사를 제대로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나오미의 자살을 암시하는, 교수형대에 올라가는 장면은 덤이다.
<라이토가 자신이 키라임을 밝히는 장면, 다음 두 모습을 보면......>
<자살을 암시하는 장면>
3. BGM들
작중에 등장하는 다양한 BGM들은 작품의 분위기에 걸맞게 어두운 분위기의 곡들이 많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BGM을 몇개 추려봤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들은 BGM이다. 듣다보면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의 곡중 중 일부가 떠오르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여러군데에 등장하는 BGM이다. 중간에 등장하는 불협화음이 작품의 분위기를 잘 대변해준다고 생각한다.>
<미카미의 과거 이야기에 등장하는 음악이다. 바로크 풍의 곡>
<L이 추리를 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음악이다. 많이 등장하다보니 기억에 많이 남는다.>
<후반부에 사용된 오프닝 곡,
애니메이션 오프닝 곡중에서 이렇게까지 강렬한 곡은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4. 캐릭터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
작품을 보는 동안 특히 인상적인 캐릭터들에 대한 느낌을 적어보았다. 단순히 귀엽네[각주:2], 불쌍하네[각주:3]와 같은 경우에는 적지 않았다.
1. 야가미 라이토
잔인하고 야비하다라는 두가지 키워드로 내 생각을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범죄자를 죽이고 선한 사람들이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결국 본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주위 사람들을 이용하고, 죽였다. 가장 어이없던 장면은 일이 자신의 뜻대로 잘 안풀리니 자신을 매우 따르던 동생 사유까지 죽일 생각을 했다는 점이다. 애초에 L의 도발에 범죄와는 별 상관 없는 사람도 죽였으니 작품 초반부터 이미 그의 '정의'롭게 데스노트를 사용할 명분은 사라져버렸지만 말이다.
다만 그가 보여준 몇몇 계략들은 정말 놀랍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일례로 자신을 감시하는 레이 펜버를 죽이기 위해 보여준 일련의 과정이라던가 2부에서 노트를 포기했다가 다시 되찾는 것을 계획한 것들이 있다.
2. L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종종 라이토와 대립하는 경우 푸른색으로 칠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꽤나 매칭이 잘되는 색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키라를 추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들을 보면 딱히 선역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각주:4]. 다만 주위 사람들을 이용하고 버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선역처럼 보이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3. 야가미 소이치로
소위 말하는 인남캐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든 인물이다.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자신의 신념(키라를 잡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 모습이라던가, 가족을 정말 아끼는 모습이 특히 그렇다. 작품이 끝날 때까지 죽질 않기를 바랬지만 결국 작품 후반부에 사망하고 말았다......
그래도 가장 우려했던 자신의 아들이 키라라는 점은 알지 못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5. 기타 사항들 작품의 연출은 뛰어나 작화 자체는 그렇게까지 좋은 편은 아니다. 보는 사람들을 멘붕시킬만큼의 작붕은 잘 안나타나지만 인물 그림이 그다지 일관성있게 그려지지는 않는 편이고, 특히 이는 아마네 미사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편이다. 데스노트가 캐릭터보다는 이야기에 중점을 맞춘 작품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화의 불안정함이 크게 부각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성우들의 연기력은 함부로 논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의 감상문에서도 잘 언급되는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여기서는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하나 있다. 아마네 미사역을 맡은 히라노 아야 때문인데, 사실 연기를 못했다라는 느낌은 잘 안들었으나 문제는 미사에게서 종종 스즈미야 하루히가 겹쳐지는 느낌을 매우 많이 받았다는 점이다[각주:5]. 둘 다 민폐를 종종 저지르는 캐릭터라는 걸 생각해보면 의외로 적절한 것일지도???
마지막 장면에서 류크는 라이토의 이름을 적었는데 원작에서는 훨씬 고통스럽게 죽는다고 한다. 라이토의 행적이 절대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작처럼 마무리를 지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6. 마무리
앞서 말한 것처럼 후반부의 스토리 전개라던가 일관성이 떨어지는 작화는 아쉬움을 많이 남긴다. 그러나 이를 상쇄할만큼 뛰어난 전반부의 스토리, 연출력, BGM이 이 작품에는 존재한다. 매력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