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40214]서울시향-로맨틱 라흐마니노프

MiTomoYo 2014. 2. 15.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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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 2월에는 서울시향에서 플룻 협연곡을 2곡이나 한다.>


발렌타인을 노려서 테마를 "로맨틱"으로 잡았는지는 모르지만, 솔직히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은 전혀 로맨틱하지는 않게 느껴지는 교향곡이다, 뭐 그 유명한 3악장만을 놓고 보면은 또 모르겠지만 말이다. 뭐 이미 여러차례 언급한 것 처럼 이번 연주곡이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이고, 마침 시기가 적절하게도 연주회 전에 공연을 해주어서 가게 되었다. 


일단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고, 지휘는 스테반 에즈버리가 맡았다.

===========================<1>==================================

L.Janacek - 신포니에타

W.A.Mozart-플룻과 하프를 위한 협주곡 C장조 K.299

(하프 : 라비니아 메이어르, 플룻 : 박지은)

(앙코르 : 아리랑 + Amazing Grace)

============================<2>=================================

S.Rachmaninov - 교향곡 2번 E단조 o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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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신이 없어서 깜빡 잊고 예습해서 가는 걸 잊어버린데다가, 일반적으로 가는 시간보다는 조금 늦게 도착해서 팜플렛을 읽을 시간도 없었다. 게다가 야나첵은 체코 출신이라는 것과 19~20세기에 활동한 작곡가라는 것밖에 아는 것이 없어서 더 걱정이 되었다.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곡을 연주회장에서 들었을 때 기억 속에 남는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 곡은 대단히 특이한 형태의 곡이었는데, 5악장 구성에 1악장에는 25대의 금관[각주:1]과 팀파니가 연주하는 행진곡 스타일의 곡이었다. 저 12명의 트럼펫 주자는 일부 시향 단원과 최근에 서울시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브라스 아카데미에서 교습을 받은 학생들로 채워졌다. 윗층에서 들어서 그런지 조금은 덜 명확하게 들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팀파니는 최근에 객원으로 자주 나오시는 흑인 팀파니스트가 쳤는데, 굉장히 파워가 있으면서도 리드미컬하게 들렸다. 연주하기 대단히 까다롭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곡이었다.


모차르트의 하프와 플룻을 위한 협주곡은 꽤나 재미있게 들었다. 하프가 협주를 하는 곡은 처음 들어봤는데, 오케스트라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약하게 들리는 것과는 달리 독주 악기로써의 모습도 좋았다는 인상이었다. 하프를 '천상의 악기'라고 칭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 그걸 경험했다. 다만 플룻의 경우에는 매번 언급하지만, 독주 악기로써 그다지 좋게 들어본 적도 없고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박지은 수석의 연주가 안 좋았다는 의미는 아니고 독주자의 자리가 아니라 반주를 맡는 자리에서 연주를 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히 하프의 신비로운 음색은 기억이 잘 나는데 플룻의 음색은 기억이 잘 안난다.

앙코르 곡으론 아리랑과 Amazing Grace(?)를 적절히 조합한 곡을 연주를 했다. 뭐 아리랑을 앙코르 곡으로 하는 것은 왠지 그냥 우리 나라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 위한 구색 맞추기같은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네덜란드로 입양된 사연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와닫는 느낌이 또 달랐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에서 가장 선호하는 악장은 1, 2악장이며 아름다운 멜로디로 유명한 3악장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4악장은 그저 그런 느낌을 받는다. 또한 음반을 듣거나 연습을 하면서 현과 금관에 비해서 목관은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드러나지가 않는다는 점도 이 교향곡의 특징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1악장은 어떻게 보면 말러의 교향곡 9번과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악장인데 완급 조절을 하면서 서서히 클라이막스를 구축한 다음에 빵 터트려주고 마무리를 짓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에즈버리의 해석은 감정을 어느 정도 절제한 상태에서 악보에 충실한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1악장이 특히 템포의 변화가 많은 편인데, 그러한 부분을 굉장히 유연하게 넘어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아쉬는 것은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좀 더 강렬한 느낌을 주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었다. 비올라가 상대적으로 먼 자리에서 조금 덜 들리기는 했지만 2주제에서 비올라의 아르페지오가 살짝 강조되는 느낌도 받았는데, 그 부분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1악장은 호른에 상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두었다는 느낌도 들었다.


2악장은 트리오에 들어가는 푸가의 첫 부분의 세컨 바이올린과 퍼스트 바이올린이 잘 맞지 않았던 것을 제외하고는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Dies Irae부분에 들어가기 전에 금관에서 살짝 삑사리가 났던 것 같은데, 다행히 Dies Irae는 잘 연주를 했다. 기억이 살짝 가물가물한데, 2악장 끝부분에서 클라리넷이 트릴을 연주했었는데, 그 동안 음반이나 연습때는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어서 꽤 놀랐었다. 


3악장은 처음 부분에 나오는 클라리넷의 솔로가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굉장히 잘 해주었다. 채재일 전 수석의 연주였다면 어땠을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빅 솔로를 잘 연주를 해주었다는 점에서 굿. 나머지 부분에서도 좋은 인상을 받았다. 루세브의 솔로 연주도 돋보였다. 내 앞에서 듣고 있던 사람들이 바이올린 솔로가 나오니깐 무대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것도 봤다. 


4악장은 템포를 상당히 빠르게 잡고 연주를 했으며, 무난무난한 연주를 보였다. 슬래트킨의 음번에서는 마지막 부분[각주:2]에서 돋보이게끔 했고 이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드는데 오늘 연주에서는 트럼펫이 튀어나오지 않게 해석해서 조금 아쉬웠다.


앞서 말한 것 처럼 이 곡에서 목관이 돋보이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다가, 오늘 연주에는 목관 수석들이 대부분 연주를 서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솔로로 나오는 부분을 제외하면 존재감이 잘 들어나지 않았다는 점은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플룻의 존재감이 너무 떨어졌다는 느낌이다. 현 부분이야 더 말할 것도 없이 잘해주었고, 트롬본 파트는 굉장히 안정적으로 이 곡을 받쳐주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팀파니의 경우는 정말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음색이 조금 안맞는다는 느낌을 받은 곳도 조금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한 연주를 보여주었다. 특히 연주를 안 할때 팔짱을 끼고 있다가 연주를 하기 한 박자 전에 미리 팔로 리듬을 탄 후 연주를 해주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다음 공연은 서울시향과 엘리아후 인발이 지휘하는 쇼스타코비치 11번 교향곡이고, 만약 당일 티켓이 열린다면 피터 비스펠베이의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들으러 갈 예정이다.


=====================================<각주>=============================

  1. 트럼펫12, 베이스 트럼펫2, 호른4,트롬본4, 테너 튜바2, 튜바1 [본문으로]
  2. 11분 30초 가량에서 2번 등장한다. 총보에서 찾기 귀찮으므로 마디수는 생략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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