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40221]피터 비스펠베이 -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회

MiTomoYo 2014. 2. 22. 01:41
728x90

흔히 말하기를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첼로의 구약성서,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를 첼로의 신약성서라고 부른다. 뭐 어떤 의미에서는 참으로 적절한 비유가 아닌가 싶다. 과거의 첼로는 독주 악기로써의 지위는 거의 없었다고 생각을 하면 되었고[각주:1] 첼로만을 이용한 독주곡을 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비록 200년이 지나서야 카잘스를 통해 제대로 빛을 내기는 했지만, 어쨌던 독주악기로써의 첼로의 무한한 가능성을 나타낸 곡일 것이다.


첼로는 한 번의 대격변을 거치면서 그 위상이 높아졌는데, 바로 엔드핀의 개발이 그것이다. 다리 사이에 껴서 불편하게 연주를 하다가 엔드핀을 통해서 테크닉적인 부분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고, 음량적인 면에서도 큰 개선이 이뤄졌다.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는 바로 이 엔드핀이 개발된 시점에 작곡이 되었다.


<3일 동안 베토벤의 소나타들을 연주하는 프로젝트였다. 내가 간 프로그램은 그 중에서 백미라고도 할 수 있는 연주회라고 생각한다.>


일단 오늘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Vc : 피터 비스펠베이

Pf : 알라스데어 피터손

===============================<1부>===============================

L.v.Beethoven - 첼로 소나타 1번 F장조 op.5-1

L.v.Beethoven - 첼로 소나타 2번 g단조 op.5-2
===============================<2부>===============================

L.v.Beethoven - 첼로 소나타 4번 C장조 op.102-1

L.v.Beethoven - 첼로 소나타 5번 D장조 op.102-2
===============================<3부>===============================

L.v.Beethoven - 첼로 소나타 3번 A장조 op.69


개인적으로는 2번->3번->1번->5번->4번 순으로 좋아한다.


1번과 2번 소나타는 피아노의 비중이 굉장히 높은 곡으로써 자칫 잘못하면 피아노의 음량에 첼로가 완전히 묻혀버리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왜냐하면 현재의 피아노는 베토벤이 살았을 당시의 피아노의 음량보다 훨씬 크게 개량이 된 반면, 첼로는 엔드핀이 생겨난 이후 소소한 개량만이 이뤄져서 음량적으로 피아노가 첼로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1번 소나타는 경쾌한 해석을 선보였는데 2악장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피아노의 음량이 첼로를 압도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연주회장에서 듣는 것과 음반에서 듣는 것은 역시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2번의 첫 서주의 경우는 주로 무겁고 장엄하게 연주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 공연에서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특히 부점 리듬이 계속해서 나오는 부분에서는 모든 음표를 굉장히 짧게 처리를 해서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던 것 같았다. 2악장은 핑거링과 활쓰는 것을 특히 유심히 봤는데, 1악장은 그래도 혼자서 연주는 가능한 반면 2악장은 버거운 부분이 조금 있었기 때문이다. 두 곡 모두 2악장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인터미션 후에는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 2곡을 연주했는데 역시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곡이다보니 상대적으로 덜 집중해서 듣게 되었다. 4번의 경우 첫 약주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는 것과 함께 피아노와 첼로의 음량이 적절하게 잘 맞았다는 느낌이 들었고, 5번 소나타의 경우는 처음 첼로가 고음으로 쭉 도약하는 부분에서 다른 연주들과는 다르게 데크레센도를 주었는데 굉장히 특이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해석이었다. 3악장은 상대적으로 아쉬웠는데 역시나 피아노의 음량이 너무 크게 들려서 푸가의 느낌이 제대로 들지 않았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아직 베토벤의 후기 실내악은 나에게는 조금 버겁다는 느낌도 들었다.(특히 4번 소나타의 경우)


마지막 곡이었던 3번 소나타는 오늘 연주된 곡들 중에서 가장 좋게 들었다. 일단 음량적인 면에서도 첼로와 피아노의 밸런스가 적절하게 조화가 되었고 곡의 완급 조절도 굉장히 설득력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다만 피치카토 이후에 첼로가 저음 트릴을 하는 부분[각주:2]에서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았는지 조금 이상하게 들렸다. 2번째땐 제대로 호흡이 맞았는데, 이 때 처음과는 달리 피아노가 상당히 절제를 한다는 느낌이 들은 것으로 보아서 아마 처음에 피아노가 너무 빠르게 연주를 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 외에는 괜찮았다. 특히 2악장이 백미였는데, 2악장은 첼로 파트보를 볼 때 딱히 어려운 요소가 보이지는 않지만 피아노와의 호흡이 정말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에 맞게 정말 완벽한 앙상블이 나왔다. 3악장은 공연의 마지막 곡 답게 굉장히 경쾌하게 잘 마무리를 했다.


<비스펠베이의 연주도 비트손의 반주도 너무 좋았다. 게다가 비스펠베이는 모든 곡을 암보해서 연주를 했다>


연주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앵콜은 없었고 상대적으로 커튼콜도 짧게 했다. 사인회를 대비해서 이번에 산 음반도 들고 갔는데 사인회가 없어서 그냥 왔다. 일단 전체적으로 연주는 비브라토를 상당히 절제함과 동시에 강세를 확실하게 주는 등 비스펠베이 특유의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연주였다. 악보에 없는 악센트를 주거나 반복 연주를 할 때 약간의 애드립을 넣기도 했다. 모든 반복구를 지켜서 연주를 했는데 단순하게 똑같은 스타일로 반복을 한 것은 아니고 프레이즈나 강약에 약간의 차이를 두는 등 여러모로 섬세하게 준비를 했다는 느낌도 받았다. 비스펠베이의 표정만 봐도 이 사람이 지금 어떤 느낌의 연주를 하는구나 이런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 표정에 따라서 음색도 바뀌는 것을 어느 정도는 감지할 수 있었다. 반주자 역시 굉장히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첼로가 부각이 되는 부분에서는 확실히 첼로를 받쳐주는 반면 피아노가 부각이 되는 곳에서는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낸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1, 2번 소나타의 경우에는 피아노만 따로 떼어서 연주를 했었어도 굉장히 훌륭한 연주가 나오지 않았을까 느낄 정도였다.


조금 아쉬운 것은 현재 몸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집중해서 듣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전반부의 소나타를 집중해서 듣지를 못해서 더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베토벤 첼로 소나타를 한 자리에서, 그것도 뛰어난 첼리스트의 연주로 직접 들었다는 점에서도 너무 좋았다.


<나도 열심히 배우고 연습해서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완주해보고 싶다.......>


다음 공연은 서울시향과 엘리아후 인발이 지휘하는 쇼스타코비치 11번 교향곡이고, 만약 여유가 된다면 미셸 플라숑이 지휘하는 환상 교향곡을 들으러 갈 예정이다.


=====================================<각주>=============================


  1. 비발디는 총 27곡의 첼로 협주곡을 작곡했는데, 바순 협주곡은 39개가 존재한다. (바이올린 협주곡은 222곡) [본문으로]
  2. 마디수 나중에 추가하겠음...... [본문으로]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