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40314]서울시향-미셸 플라숑의 환상 교향곡

MiTomoYo 2014. 3. 15.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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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환상 교향곡!>


딱히 싫어하는 곡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굉장히 즐겨듣는 곡도 아니다. 그런데 벌써 세 번째로 공연장에서 듣게 되었다. 꽤나 실망했던 제작년 서울시향의 공연이 있었고[각주:1] 교향악 축제에서 의외로 괜찮게 들은 원주시향의 공연[각주:2]이 있었다. 항상 그렇지만 예전에 공연장에서 들은 곡들을 다시 듣게 되면 자연스레 예전과 비교를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일단 오늘 공연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일단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고, 지휘는 미셸 플라숑이 맡았다.

===========================<1>==================================

A.Honegger - 여름의 목가

W.A.Mozart - 피아노 협주곡 24번 c단조 K.491

(피아노 : 휘세인 세르메트)

(앙코르 : Ulvi Cemal erkin - Little Shepherd)

============================<2>=================================

H.Berlioz - 환상 교향곡 op.16

(앙코르 : G.Bizet-아를르의 여인 모음곡 1번 중 Adagie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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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날에 밤을 제대로 못 자는 바람에 매우 피곤한 상태였고 그 때문에 모차르트의 협주곡은 살짝 졸면서 들었다는 것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미셸 플라숑의 몸 상태는 그렇게까지 좋아보이지는 않았고 역시 나이가 많아서 그런 것인지 걸음걸이가 굉장히 느렸다. 모차르트 협주곡 시작 전에는 기침도 한 번 크게 하셨다. 그래도 포디움 위에서는 나이를 잊은 듯 굉장히 열정적인 지휘를 하셨다. 여담으로 정확히 한 달 전에 있었던 공연이랑 뭔가 비슷한 스타일의 공연이었는데, 서곡이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사람의 작품이었다는 것, 협주곡은 모차르트, 2부 곡은 대편성에 길이도 약 50분 정도의 길이의 곡이었다는 것과 Dies Irae주제가 쓰였다는 것도 있다.

 

오네게르의 여름의 목가는 현5부에 목관 각 1, 호른 1명이 연주하는 소편성의 곡이다. 오네게르는 Pacific 231이라는 곡으로 처음 접한 작곡가인데, 곡이 너무 난해해서 이 곡도 굉장히 난해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곡은 굉장히 평화로운 분위기의 곡이었다. 목관이 새소리를 묘사하는 부분이 포인트가 아닐까 싶은 곡이었다. 다만 처음에 클라리넷은 소리가 왠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좀 받았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4번은 졸다가 듣다가를 반복하는 바람에 제대로 어떻게 연주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게다가 내가 앉은 좌석에서는 그랜드 피아노 뚜껑만 겨우 보여서 더 집중하기가 힘들었던 면도 있었다. 협연자였던 휘세인 세르메트의 연주는 꽤 훌륭했던 것 같았는데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세르메트의 터치가 가벼운 듯 하면서도 명확하다는 점이었다. 앙코르 곡은 무슨 곡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매우 조용하게 시작해서 묘한 분위기를 풍기다가 다시 조용하게 끝마치는 곡이었다. 길이는 엄청 짧았다. 모차르트에서 보여주었던 터치가 앙코르 곡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는 느낌이었다.

 

인터미션 동안에 정신 좀 차리고 환상 교향곡을 들었는데, 1악장부터 굉장히 재미있는 해석을 보여줬는데 그 동안에 들었던 환상 교향곡들 중에서 가장 템포의 변화폭이 컸던 연주였던 것 같다. 처음 고정악상이 나오는 부분은 굉장히 느리게 템포를 잡았다. 느린 템포는 자칫하면 늘어지면서 음악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다행히도 그러지는 않았다. 처음에 호른이 음을 깔끔하게 내지는 못했던 점은 살짝 아쉽게 느껴졌다. 그 동안에 제대로 들리지 않았던 베이스 라인도 살짝 드러나게끔 했는데 그 부분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2악장에서는 코넷 오블리가토가 포함되지 않는 버전으로 연주를 했는데, 나는 코넷이 들어가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을 해와서 그런지 조금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프가 가까운 자리에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하프의 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렸는데 오히려 이게 더 낫다는 느낌이 들었다. 좀 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무도회장의 분위기를 표현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3악장의 잉글리시 호른과 무대 밖의 오보에가 서로 주고 받는 부분은 자리 탓인지 오보에가 멀리서 들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아쉬웠다. 클라리넷의 솔로부분의 최고음 부분에서 삑사리를 낸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3악장의 마무리를 짓는 팀파니의 태풍 묘사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두 번의 연주 모두 1대의 팀파니에 2명의 사람이 치는 형태로 연주를 했는데, 오늘 연주에서는 4명의 주자가 4개의 팀파니를 두드리게 했다는 점이다. 음향적인 면에서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나로써는 잘 알 수 없지만, 일단 시각적으로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다. 4악장은 의외로 평범한 해석이었다. 호른이 게슈토프로 연주하는 처음 부분에서 호른의 음량을 매우 작게 처리를 했는데 음산한 느낌이 극대화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타악기는 전체적으로 크게 연주를 한데다가 적절하게 강세를 주면서 그 동안 들어왔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5악장은 매우 빠르게 연주를 했다. 처음에 저음부에서 반음계 상승 후 악센트로 연주하는 부분에서 팀파니를 연주하는 걸 보면서 지휘자가 가필한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집에 와서 총보를 확인해보니 원래부터 악보에 그렇게 연주하라고 적혀있었다. 음반으로도 들어보니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팀파니가 연주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튜바의 Dies Irae모티브 연주도 매우 훌륭했다. 종은 무대 밖 (지휘자를 기준으로)왼쪽에서 친 것 같은데 그 동안에 들었든 종소리들 보다 훨씬 깔끔하게 들렸다. 보통은 여음이 너무 길게 남아서 그 다음에 치는 종소리에 섞이는 경우를 두 번 다 겪었는데 오늘은 그 문제를 잘 해결해냈다. 마지막 음을 매우 길게 끌면서 마무리를 지었고 이 부분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연주가 끝나고 플라숑이 관악기군 근처로 가서 단원들을 일으켜 세우고 현악기 수석진들의 손을 잡아가며 단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앙코르 곡은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모음곡 1번 중 아다지에토였다. 뭐 하여간 결론은 그 동안 실황으로 들었던 환상 교향곡 중 가장 만족스러운 연주였다는 것이다.

 

다음에 보러 갈 공연은 엘리아후 인발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쇼스타코비치 11번 교향곡이다.



=====================================<각주>=============================


  1. 지휘 : 성시연 [본문으로]
  2. 지휘 : 박영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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