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40523]서울시향-정명훈의 말러 교향곡 5번

MiTomoYo 2014. 5. 24.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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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인물은 오늘 공연과 상관없음-지난 공연의 지휘자 휴 울프>


올해 공연 관람 계획을 얼추 세우면서 아르스 노바는 반드시 가야겠다고 다짐했는데, 하필 그 기간에 엄청나게 바빠서 결국 4월에 있었던 아르스 노바 시리즈 1,2번은 가지 못했다.


일단 오늘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1>==================================

F.Chopin - 피아노 협주곡 1번 E단조 op.11

(Pf. 임주희)

(앙코르 : E.A.Macdowell - 마녀의 춤)

============================<2>=================================

G,Mahler - 교향곡 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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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프로그램이 막 나왔을 당시만 해도 협연곡과 협연자 모두 정해지지 않았었는데 어느날 보니 곡과 연주자가 모두 정해졌다. 오늘 공연에서 협연했던 임주희는 14살로 예전에 게르기예프의 지휘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던 경력이 있는 피아니스트였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내가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곡은 아니다. 1악장의 첫 도입부의 멜로디는 마음에 들지만 그 뒤로 너무 장황하게 곡이 전개되는 느낌이 들고 2, 3악장도 그렇게까지 크게 좋다는 느낌을 받지를 못했다.

연주 자체는 협연자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괜찮았다만, 역시 아직 어려서 그런지 곡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뉘앙스를 제대로 드러내지는 못했다고 생각을 한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이 (피아노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잘 모르지만) 기교적인 부분보다는 감성적인 부분이 더 부각되는 곡이어서 그런지 실수없이 잘 치기는 하는데 굉장히 밋밋한 연주가 되어버렸다고 생각을 한다. 만약 화려한 기교를 더 중요시하는 협주곡(예를 들면 게르기예프와 협연했던 라벨 피아노 협주곡이라던가)을 연주했었다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다.  이러한 생각을 더 강하게 만들었던 것이 앵콜곡은 굉장히 잘 쳤기 때문이다. 오늘 공연은 좀 아쉬웠지만 앞으로 이러한 부분들을 잘 보완해나가면 훌륭한 피아니스트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3악장에서 트럼펫 주자 한 명은 피콜로 트럼펫을 불었다. 물론 음역대가 높은 것 때문에 쓰는 것이었겠지만 이것 역시 쇼팽의 미숙한 관현악법이 만들어낸 부산물인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 메인곡인 말러의 교향곡 5번은 (예전에도 그랬었지만) DG에서 녹음을 하기 때문[각주:1] 휴대전화를 반드시 꺼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왔었다. 그러고보니 DG에서 녹음을 뜨는 공연이 벌써 3번째기도 하다.(말러 9번, 진은숙 생황 협주곡, 말러 5번)

1악장의 바티의 트럼펫 솔로는 정말 훌륭했다. 1악장에서의 정명훈의 해석은 최근 그가 보여준 템포의 큰 변화는 없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이 악장은 "장송 행진곡"이기 때문에 발걸음이 왔다갔다 할 일은 없잖은가.

2악장의 첫 부분은 개인적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강렬함으로 열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아까 말했던 템포의 큰 변화는 2악장에서 곳곳에 나타났는데 애초에 2악장이 감정의 변화가 정말 정신 없을 정도로 왔다갔다하는 것을 감안해본다면 과격할 정도로 극단적인 해석을 보여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악장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몇 군데 있었는데 하나는 지금 생각이 잘 나질 않는다. 템포를 서서히 끌어올리면서 다시 격렬함을 표현하는 부분이었는데 "이 부분을 이렇게 표현하다니!!"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부분이었다. 또 하나는 2악장의 끝 부분에서 나오는 추락 모티브 직전에 템포를 늘리는 부분으로 이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3악장에서의 호른 오블리가토 솔로는 푸근하게 생긴 호른 객원 수석이 연주를 했는데 분명히 3층에서 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소리가 너무 또렷하게 들려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부분은 호른 4대가 순차적으로 같은 음을 부는 곳이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크게 강렬한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텐슈테트의 1988년 실황 음반에 너무 길들여진 탓인지도 모른다. 3악장 중간에서 3/4박자 리듬에 맞춰서 현악기군 수석들이 피치카토로 멜로디를 연주하는 부분이 있는데 비올라 수석인 홍 웨이 황의 음색이 굉장히 이색적으로 들렸다. 마치 비올라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굵은 음색이 나는 기타의 느낌이 나는 것 같았다. 3악장 끝 무렵에서 바이올린의 반주에 맞춰서 클라리넷 솔로가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굉장히 조용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음악이 들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벨소리가 거의 30초 가량 울려서 굉장히 화가 났다. 사실 벨소리가 들린 것은 1부 때 부터였는데 그 때는 그래도 오케스트라가 크게 연주를 할 때였고 벨소리도 금방 멈췄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그리고 녹음 공지가 나간 날의 관람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었기 때문에(심지어는 악장간에 나오는 기침 소리도 굉장히 줄어드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크게 걱정을 안했는데 정말 짜증이 났다. 이후로 집중력이 너무 흐트러져서 제대로 몰입해서 듣지를 못했다.

4악장은 10분 전후의 느린 템포를 잡았고 현악 파트의 풍부한 표현력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바이올린 파트끼리 앙상블이 흐트러진 것은 굉장히 아쉬웠던 대목이었다.

5악장은 푸가토가 계속해서 등장하는 만큼 치밀한 앙상블이 뒷받침되야하는데 (최근 서울시향의 연주를 들어보면 당연하지만) 치밀한 앙상블이 돋보였다. 특히 정명훈은 저음 파트를 좀 더 강조한다는 느낌을 여러군데에서 보여주었다. 마지막 코랄 부분으로 이르기까지의 해석과 코랄은 정말 굉장했고 곡 마무리도 잘 끝내주었다.


오늘 공연에서 가장 인상깊은 파트는 당연히 핸드폰이 1순위 바티를 비롯한 트럼펫 군과 객원 수석을 비롯한 (마지막 악장에서 살짝 삑사리가 나서 아쉬웠지만) 호른 파트였고 현악기 군도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악상에 맞춘 표현력이 정말 좋았다. 목관악기군은 생각보다 크게 튀는 부분 없이 무난했던 것 같다.


다음에 보러 갈 공연은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이다. 정말 연주회장에서 들어보고 싶었던 곡 1순위였는데 제발 오늘 같은 핸드폰 테러는 좀 안났으면 좋겠다. 제발.

  1. 강조한 이유는 글을 계속해서 읽다보면 나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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