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3일 월요일, 그날도 회사 업무로 정신없는 하루였다. 정확히는 꽤나 화가 나있던 시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업무에 필요한 서류를 하나 요청받았는데 분명 요구한 대로 작성해서 보내면, '아 이 내용 추가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저 내용이 더 필요한데 고쳐줄 수 있나요?'와 같은 수정 요청을 자꾸만 해왔기 때문이었다. 이것 때문에 2~3시간 넘게 옥신각신 하는 바람에 남들이 보기에도 '어... 쟤 굉장히 화가 나서 건들면 안 될 것 같은데...'란 표정을 지었던 것 같았다.
해당 일을 끝내고 난 뒤, 곧바로 다른 업무 관련 회의에 참석해야 해서 1시간 정도 회의실에 다녀왔었다. 회의가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다들 나보고 부럽다거나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뭔 일이지 싶었는데...
이 일이 있기 몇 주 전. 사내 메일로 '2025년 글로벌 연수 추첨 안내'(라고 쓰고 복지 차원의 해외여행 지원이라고 읽는)를 수신받았다. 사내 복지로 매년 추첨을 통해서 3박 4일로 베트남 남호이안에 있는 숙박 및 투어를 지원해 주는데, 동남아는 내게 딱히 끌리는 여행지는 아닌지라 일절 지원도 안 하다가, 작년에는 '어차피 안될 건데 이름이나 한 번 넣어볼까?'하고 마감 몇 시간을 앞두고 응모를 해봤다. '24년 10월/11월, '25년 1월/2월 이렇게 4개의 선택지가 있었는데, 10월은 업무가 바빠서, 11월과 2월은 연주회 일정이 잡힐 것 같아 선뜻 지원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1월은 별다른 스케줄이 없었다고 알고 있어서(결론은 전혀 아니었다만...) 날짜 선택에도 큰 고민이 없었다.
이런 추첨에서는 늘 '꽝'에 속하는 편이기에 그 뒤로 아예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한창 회의를 할 때 추첨을 진행했었던 모양이다. 아까 나의 분노를 옆에서 지켜본 같은 팀의 차장님께서는 "아까 그렇게 스트레서 받았던 보상을 제대로 받았네?"란 뼈 있는 축하를 건네주시기도 했다.
여하튼, 당첨된 것이 마냥 나쁘진 않았지만... 한 편으로는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지원조차 하지 말걸...'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동남아를 딱히 선호하는 것도 아닌 데다, 생소한 지역에 대한 무서움, (사실 따지고 보면 한국/일본 말고 내가 익숙한 곳이 있기는 한가 싶다만...) 여행 준비에 대한 귀찮음 등등. 내가 자초한 일이긴 하지만 약간은 억지로 소매 넣기 당한 느낌.
그 뒤로 관련 카톡 안내방 초대(8월 중순 경),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 정보를 몇 번 받긴 했는데, 거의 읽씹 수준으로 관심도 안 두고 있었다. 기본 4인까지 동행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같이 갈 사람도 생각 안 하고 있었다. 다들 가족들과 같이 가면 되지 않냐고 얘기는 했지만... 아 그게 또 나름의 변명을 좀 늘어놓자면,
11월 28일... 이렇게 카톡이 왔는데 문제는 저 때 부모님과 동생, 스페인 여행 중이어서 프로그램 선택, 여권 사진, 비행기 표 예매까지 모두 진행할 수가 없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비행기 표 예매. 미리 물어보면 되지 않았냐고? 그러게나 말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만큼 정말 가기 싫었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주위에 갈 사람을 생각해보다가, 지난번에 가나자와 여행도 같이 다녀온 회사 친구한테 한 번 물어보기로 했다. 같이 가면 좋고 아님 말고 식으로 물어봤다. 사실 급하게 물어본 거라 힘들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가능하다네?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은 들었다.(물어본 건 사내 메신저로 했는지 대화 내역이 없다.)
그리하여 이렇게 프로그램도 정하고...
뭐 이런 식으로 비행기 예매도 순식간에 완료하고, 양식 제출까지 완료하는 것...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큰 문제가 하나 생겼다. '23년 말에 친구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며 어쩌다 보니 자기 생일이랑 같은 날짜('25년 1월 4일)에 한다고 해서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24년 12월에 청첩장을 받았을 때... 날짜가 1월 11일로 되어 있었다. 아 씨 뭐지...??? 나중에 슬쩍 물어봤어을 때 결혼식 날짜가 바뀌었다고 몇 번이나 말했었다고 했다. Holy... 하필 귀국일. 결혼식 시간이 저녁이라 조금 더 일찍 귀국하는 비행기가 있는지 찾아봤는데 없었다...
차라리 혼자 가는 거였으면 걍 위약금 물고라도(1월이 성수기라 막판에 취소하면 위약금이 발생한다고 안내를 받았었다.) 포기하는 것이었는데 그럴 수도 없게 되었다. 근데, 또 여행 때문에 결혼식 참석이 어렵다고 말이 도무지 나오지가 않았다. 결국 거의 마지막 날에 얘기를 하긴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정말 미안할 뿐.
다른 여행기와는 다르게 준비 과정에서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던 터라 프롤로그가 잡설로 길어졌다. 다음 포스팅부터 본격적으로 여행 얘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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