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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풀다(고바야시 요리코, 구치키 유리코 저/최재혁 역/돌베개)

MiTomoYo 2023. 6. 6.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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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심가나 강남 근처에서 볼 일이 있을 때 종종 교보문고를 쓱 둘러보곤 하는데, 지난 2월 경에 강남 교보문고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왠지 흥미가 생겨서 알라딘 장바구니에 넣어두었었다. 구입을 해두고 아직 읽지 못한 책들도 여럿 있어서 그것들을 읽고 난 뒤에 이 책을 구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에 알라딘에서 이 책이 절판되어 구입이 불가능하단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행히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마침 재고가 있는 것을 보고 황급히 구입을 하였다.(현시점에서는 교보문고에서도 절판처리가 되었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화가들 중에서 베르메르에 관심이 가게 된 이유는 그의 그림을 특별히 좋아해서가 아니라, 최근 활동하고 있는 고음악 아마추어 단체 ’페르미어의 친구들‘의 페르미어가 바로 이 화가를 지칭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의 생애에 대해서 많은 것이 알려지지 않은 데다 남긴 작품이 대단히 적고 자화상을 남기지도 않은, 굉장히 신비로운 인상을 주는 화가란 점도 궁금증을 자아내었다. 이 책은 베르메르의 생애뿐만 아니라 그가 활동했던 네덜란드 델프트 지방에 대한 소개와 작품들에 대한 상세한 분석들, 그리고 위작 사건과 그의 작품과 관련된 범죄 행위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어렵지 않게 다뤘다는 점에서 많은 것들을 알게 해 주었다.

우선 저자는 300년 전에 활동한 사람의 기록이 상세하게 남아있는 것이 이상한 것이며, 남겨진 고문서들을 종합해 보면 그의 생애를 정리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가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고 대략 어떤 삶을 살았으며 화가로써는 어떤 길을 걸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미 왕정제에서 벗어난 네덜란드의 환경 덕분에 당대 다른 유럽 국가의 화가들과는 다르게 종교화나 귀족의 초상화들이 아닌, 자유로운 주제의 그림들을 그릴 수 있었다고도 언급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서 그의 작품들을 하나씩 소개하고 분석하면서, 그가 불세출의 재능을 가진 천재(물론 젊은 시절부터 이미 인정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가 아니라 기존의 작품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기법을 사용하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 또한 일부 학자들이 ‘카메라 옵스큐라’란 장비를 통해 작품의 구도를 잡았을 것이란 주장을 하기도 한다는데 저자(고바야시 요리코) 나름대로 구도 분석을 하면서, 베르메르의 경우 의도적인 왜곡을 통해서 자연스러운 느낌을 구현했기에 이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하고 있다.

사후 거의 잊혔던 베르메르가 다시 조명받는 데는 토레-뷔르거라고 하는 미술비평가의 공헌이 컸다고 한다. 비록 그가 발표한 논문은 현재 기준으로는 그다지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고는 하나 대중적으로 그를 알리고 그의 작품의 값어치를 올리는데(저자는 화상이기도 했던 그의 직업을 언급하며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목표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반 메헤렌이라고 하는, 세기의 위작 사건을 일으켰던 자에 대해서도(매스컴을 통해서 그가 벌인 사건은 많이 알려졌으니, 여기에서는 별도로 언급하고 넘어가진 않으려 한다.) 소개를 하고 있는데 저자는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이 베르메르를 지나치게 신격화하여 실증적인 분석을 하지 않았던 당시 미술계의 풍조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그의 작품이 도난되어 범죄 행위에 사용되는 부분이 부록처럼 들어가 있는데(이 부분은 다른 저자, 구키치 유리코가 쓴 부분이라고 한다.) 종종 벌어지는 예술품에 대한 테러 행위를 ’치졸한‘ 행위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만큼은 깊은 공감이 되었다.

역자는 후기에 다음과 같이 말을 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베르메르에 대한 거품을 걷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미술을 시대정신의 반영으로 파악하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베르메르의 신비화에 단호히 반대를 표명한다.’ 이 문장은 비단 베르메르에게만 통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모든 분야에 대해서 일어날 수 있는 지나친 신격화는 여러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2005년에 출판된 책이기에 더 많은 연구결과가 반영되었거나, 더 괜찮은 책이 나왔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교양 수준의 지식을 얻어가는 데 있어서는 정말 괜찮은 책이며 , 베르메르란 화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싶다면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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