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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세기-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이언 모티머 저/김부민 역/현암사)

MiTomoYo 2023. 4. 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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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사에서 꽤나 흥미로운 책을 하나 내서 구입해 읽어보게 되었다. 부끄럽게도 읽기 시작한 것은 몇 개월 전부터였는데, 마지막 20페이지가량을 남겨두고 마무리를 짓지 못하다가 이제야 끝을 내게 되었다. 한국어판 부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1000년부터 2000년까지, 1세기를 단위로 인류의 역사를 바꾼 중대한 사건들 몇 가지, 그리고 이를 주도한 인물 한 명을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이것들을 돌아보는 것이 향후 인류의 미래에 있어서 왜 중요한지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서문에서 밝힌 것과 같이 저자가 선정한 ’중요한’ 중요한 사건‘에는 어떠한 명확한 기준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구텐베르크의 활자와 같이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킨 발명품이 있더라도 그것이 발명 당시에는 널리 사용되지 못했더라면 그것은 이 책에서 다루는 ’중요한 사건‘으로 다루지 않으며, 이후에 책이 보편적으로 인쇄되기 시작하는 시기에 언급이 되는 식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기준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사람들이 활발하게 논의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고, 나 역시 이러한 논조가 어떠한 사건을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언급해보고 싶은 챕터를 두 개 소개해볼까 한다. 둘 다 15세기에 다룬 사건인데, 하나는 바로 ‘시간 측정’이 가능하게 된 시계의 발명이다. 비록 과거에도 천문시계 등과 같이 시간을 측정하는 수단이 있었지만 대단히 복잡한 방법을 통해 계산할 수밖에 없었고, 평민들은 교회의 종소리를 통해서 시간을 통보받곤 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시계가 대중화되면서 시간이란 개념이 구체화, 세속화가 되었다고 한다. 시간을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의 삶은 더욱 효율화가 되었으며, 종교(정확히는 교회)에 모든 것을 통제받았던 사회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거울의 보급을 통해서 ‘개인주의‘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거울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이전까지는 제한적으로나 가능했던 자신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고, 자아에 대해서 인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초상화가 그려지고, 소설과 편지들에서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내용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증거로 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자아‘의 발현은 신이 중심이 되었던 중세에서 인간이 중심이 되는 근대로 넘어가는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것의 사실여부는 둘째 치더라도, 우리가 평소에 아무런 생각 없이 사용하는 거울을 통해서 이와 같은 견해를 설득력 있게 펼치는 저자의 통찰력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저자는 지난 1000년의 시간 중에서 20세기에 가장 큰 변화가 발생했으며, 그 이유를 19세기 중반부터 인류의 삶이 기술 혁신을 통해서 변하기 시작했으며 동시에 이러한 기술 혁신은 무분별한 자원소비를 통해서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인류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여러 지하자원들이(비록 기술의 발전을 통해 아직은 매장량이 충분하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지만) 유한하단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기에 인류는 현재 시점만큼 ’풍족함‘을 누리지 못할 것이란 얘기를 하고 있다. 다만 현재도 경유 자동차 규제, ESG경영의 확대와 같은 여러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으며 흑사병, 대기근과 전쟁 등 인류를 위협해 왔던 여러 위기들에 잘 적응했던 만큼 파멸적인 결론에는 이르지는 않을 것이란 결론을 내리고 있다.

내용은 많지만 어렵지 않은 편이기에 읽기 버거운 책은 아니었다. 역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 관심이 있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새로운 견해를 포착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원제는 ‘Centuries of Change: Which Century Saw the most Change and Why it matters to us’이지만, 국내에 번역을 하면서 부제를 바꾼 모양이다. 전반적인 책 내용이 천 년의 서양 역사를 다뤘다는 점에서 언뜻 적절해 보이지만 원문에서 찾을 수 있는 ‘이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결론을 담지 못한 것은 약간 아쉽단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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