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210811]기타리스트 박규희 리사이틀 <아마빌레>

MiTomoYo 2021. 8. 12.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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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하나, 2021년에 아직까지 하나. 코로나 사태 후 간 공연 횟수다. 공연 자체가 열리지 않은 것은 아니기에 마음만 먹으면 어찌어찌 갈 수 있긴 하지만 왠지 불안하기도 하고 동시에 공연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오늘 공연도 며칠 전까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가, 최근에 블로그 유입 경로로 '박규희 콘서트'가 자주 보이길래 궁금해서 찾아보다 알게 된 것이다. 늦게 발견했기에 싸거나, 괜찮은 좌석은 없어서 잠깐 고민하다가 올해 얼마나 공연을 보러 가겠나 싶어서 적당한 좌석으로 예매를 했다.

 

그리고 오늘, 코로나 확진자가 2000명을 넘겼다는 얘기를 접하고 솔직히 이걸 가야 하나 싶은 생각을 퇴근 전까지 하다가 화끈하게(?) 지른 티켓 값을 날리긴 뭐해서 그냥 가기로 했다. 정말 오랜만에 롯데콘서트홀인데 생각해보니 마지막으로 갔던 공연이 박규희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였다. (후기: https://electromito.tistory.com/659)

 

 

오늘의 공연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공연 중에 설명을 해주기도 했지만, 르 데빠를 시작으로 1부에는 바로크 시대에 작곡되었고, 이를 기타로 편곡한 곡이, 2부에는 상대적으로 낭만파 시대 이후 기타를 위해 작곡된 곡을 배치해서 나름 프로그램에 구성을 짜임새 있게 구성했단 생각이 들었다.

===========================<1부>==================================

Napoleon Coste-르 데빠(출발)

Domenico Scarlatti-소나타 K.32, K.322, K.208

Johann Sebastian Bach-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중 샤콘느

===========================<2부>==================================

Francisco Tarrega-그랑 호타

Agustin Barrios Mangore-훌리아 플로리다

Agustin Barrios Mangore-왈츠 3번

Agustin Barrios Mangore-숲 속의 꿈

Roland Dyens-천사의 왈츠

Roland Dyens-리브라 소나티네 중 3악장 'Fuoco'

+

앙코르 곡

Eric Clapton-천국의 눈물

Roland Dyens-탱고 엔 스카이

Francisco Tarrega-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단축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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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연주는 대체적으로 곡에 따라 연주력의 편차가 있었던 것 같다. 대체적으로 음색의 다채로움과 음악의 감성을 표현하는 부분은 무척 좋았다. 반면 빠르게 곡이 진행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섬세한 느낌이 많이 떨어지고 실수도 여럿 들렸던 것 같았다.

 

르 데빠의 경우 가장 최근에 발매한 음반에도 수록된 곡이었는데 요새 음악을 듣는 시간이 워낙 적어서 거의 기억에 남질 않았었고, 또 첫 곡이다 보니 아무래도 집중이 덜 된 상태에서 들었는데, 집으로 오는 동안 다른 연주자의 녹음을 들어보니 공연에서 들었던 것이 음색에 대한 변화를 통해 곡을 다채롭게 해석했구나! 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스카를라티의 소나타는 3곡을 연달아서 연주를 했는데 앞의 두 곡의 분위기가 판이하게 달라서 대비가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Naxos 음반에 첫 번째 트랙으로 수록된 K.178을 연주해주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어쨌든 만족스러운 연주였다.

바흐의 샤콘느는 바이올린으로 작곡된 곡이지만 중음 주법을 통해 화성적으로도 곡이 진행되다 보니 기타로 연주했을 때도 충분히 괜찮은 효과를 거둘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을 했는데 처음에는 잘 흘러가다가 위에서 언급한 실수들이 여럿 들려서 아쉬웠다.

 

2부의 첫 곡인 그랑 호타의 경우 여러 재미있는 기타의 주법들을 들을 수 있는 곡이라 한껏 기대를 했고 실제로도 무척 흥미롭게 들렸다. 특히 스네어 주법은 들을 때마다 너무 신기하게 느껴진다.

바리오스 망고레의 곡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란 얘기를 해주었는데, 확실히 다른 곡들에 비해서 완성도가 높게 들렸던 것 같다. 특히 훌리아 플로리다는 지난 공연 때도 들었었는데, 개인적인 상황 때문인지는 몰라도 감정이 저절로 몰입이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디앙스의 곡과 앙코르 곡의 경우 무난하게 들었던 것 같았다. 에릭 클랩튼의 곡이 아무래도 위에서 언급한 박규희의 오늘 연주 스타일과 잘 맞는 곡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10주년 때도 무대 객석을 찍으셨었는데, 지난번에 이렇게 찍어보니 좋았다면서 이번에도 관객석을 찍었다. 2 연속 롯데콘서트홀 어딘가에 작게 남은 관객이 되어서 나름 기분은 좋았다.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롯데콘서트홀은 사실 클래식 기타 공연에 잘 어울리는 공연장은 아닌 것 같다. 기타 곡을 들으면(물론 다른 악기들도 따지고 보면 마찬가지겠지만) 이렇게나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구나 싶은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데, 이를 대형 홀에서 제대로 담아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확실히 몇 년 전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에서 들었던 Harmonia 공연만큼의 감동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이전에 몇 번 하우스콘서트 같은 걸 가볼까 생각하다가 말았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소규모 공연장에서 열리는 공연을 가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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