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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회고록(Solomon Volkov 저 / 김병화 역 / 온다프레스)

MiTomoYo 2020. 2.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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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스타코비치의 회고록을 엮은 이 책에 대해서 알았을 때는, 읽어볼 방법이 마땅치가 않았다. 이미 책은 절판이 되었고, 그렇다고 이 책 한 권을 읽기 위해서 도서관을 찾아다니기도 그랬다. 작년 어느쯤엔가 텀블벅을 통해서 이 책을 복간한다는 소식을 전달 받아 바로 후원을 했고, 곧 책을 받았다.

 

 

사실 처음 그의 음악을 들었을 때는 그 동안 들었던 음악과는 너무나도 다른 스타일이다보니 '별로다'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아직까지도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선뜻 손을 대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요즘엔 그의 음악에 감탄하는 경우도 적잖은 것을 버면 꽤 적응을 한 것 같단 생각도 든다.

 

 

내 교향곡은 대부분이 묘비다. 너무 많은 수의 우리 국민들이 죽었고 그들이 어디에 묻혔는지 알려지지도 않았다. 친척들조차 알지 못한다. (중략) 나는 이런 희생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작품 하나씩 바치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하니까 그들 모두에게 내 음악을 바친다.’(p.372) 이 책을 관통하는 부분을 가장 핵심적인 문단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스탈린 시대에 있었던 잔혹한 탄압이 드러난다. 책을 읽다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그와 절친했던 메이예르홀트, 투하쳅스키, 우크라이나의 음유시인들. 죽진 않더라도 곳곳에서 질식할 것만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드러난다.

그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나타난다. 4번 교향곡 이후로 그의 음악은 늘 전쟁, 죽음 나타내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특히 7번 교향곡의 경우 레닌그라드 공방전이 모티브가 아니라 스탈린이 이미 파괴하고 히틀러가 마무리한레닌그라드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란 얘기를 남겼다. 7번 교향곡을 다시 한 번 제대로 들어봐야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글라주노프, 무소르그스키를 비롯해 그의 음악적 영향을 끼친 사람들에 대한 일화, 동시대에 활동했던 프로코피예프나 하차투리안을 비롯한 여러 작곡가에 대한 일화도 있다. 나름대로 신랄하게 까는 것이 꽤 재미있다.

 

 

그가 남긴 최고의 걸작 중 하나인 현악 4중주 8번 2악장의 첼로 파트보.

그 외에도 글을 읽다보면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시니컬함을 느낄 수 있다. ‘(스탈린)는 그저 자기 기분에 거슬리는 플롯의 연극을 사람들이 보기를 원치 않았을 뿐이다. 미쳐버린 사람의 마음에 어떤 엉뚱한 생각을 집어넣을지 어찌 알겠는가? 물론 모든 인민은 스탈린이 위인 중에서도 가장 위대하며 현자들 중에서도 가장 현명하다는 것을 영원토록 알고 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시범 케이스로 셰익스피어를 금지한 것이다.(p.241)’ 어쩌면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신랄한 음색은 그의 성격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의 작품 행보를 볼 때 그는 정치적이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작곡가였다. 그리고 그것이 외려 이 책의 진위성 여부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스탈린 시대의 암울했던 소련의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한 사람의 회고를 보고자 한다면 분명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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