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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어떻게 클덕이 되었는가?

MiTomoYo 2016. 3. 6.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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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공채가 시작되었고 자소서를 열심히 써야하는 바쁜 일정을 보낼 것 같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자소서를 쓰기 전에 워밍업도 해볼 겸해서 포스팅을 써보려한다. 


나는 어떻게 클래식에 입문하게 되었고 클래식 덕후가 되었는지를 작성해보려고 한다. 악기와 관련된 이야기는 최대한 배제하고서 써보려한다.


1. 

처음으로 클래식 음악을 접한 시점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대충 2~3살 전후이지 않을까 싶다. CD커버에 실려있던 바흐의 초상화를 보고 '대단히 무섭게 생겼다!'라고 느꼈던 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CD플레이어도 있었을테니 한 번은 들었을 것 같다.....



2. 

초등학교 때부터 종종 집에 있던 CD들을 들어보곤 했던 것 같다. 당시 집에 있던 음반들의 대다수는 지금은 절대 살 일 없는 '악기 시리즈', '작곡가 Best 시리즈' 같은 종류였다.(지금도 가지고 있다. 듣진 않지만) 그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곡은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 1악장이었다. 챙챙거리는 하프시코드의 음색이 (지금도 그렇지만) 신기하게 들려서 그런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KBS 1FM(현재는 KBS 클래식FM) 라디오를 우연히 발견하고서 종종 라디오를 듣곤 했다. 자주 들었던 프로그램은 '노래의 날개 위에'였는데, 특별히 좋아해서 들은 것은 아니었고 그 시간대에 자주 라디오를 켰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에는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가요에 큰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



4. 

중학교 이후에 다시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계기는 당시 학교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관현악부(지만, 플룻이 정말 많았었던 ㅎㅎㅎ)에 입단하면서였던 것 같다. 한동안 멀리했던 라디오도 듣기 시작했고, 집에 남아도는 카세트 테이프가 있으면 녹음을 하기도 했었다. 지금도 방 정리를 하면 종종 당시 녹음했던 테이프들이 발견되곤 한다.


내 생각에는 저 시점이 제대로 클래식에 입문하게 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곡들을 저 때 알게 되었고, 특히 (예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었던-링크 : http://electromito.tistory.com/73) 브루크너도 저 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5.

고등학교 때는 다시 클래식 음악과는 거리가 다소 멀어졌다. 종합학원을 다니면서 라디오를 들을 시간이 없어졌고 마침 라디오도 고장이 났다. 그리고 고3 때는 소녀시대에 빠져서 살았다.


아예 클래식을 버린 것은 아니었는데, 대표적으로 고등학교 2학년 때 받은 세벳돈으로 음반 2장을 산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 당시 샀던 음반은 엘가 첼로 협주곡(존 바비롤리, 자클린느 뒤 프레, EMI-링크 : http://electromito.tistory.com/1)과 베토벤 합창 교향곡(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EMI) 였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면 거실에 있는 CDP를 돌려 열심히 듣곤 했다. 동생이 벼룩시장에서 샀다고 선물로 준 음반도 있었다. 그것이 지금도 열심히 구매하고 있는 Naxos 레이블과의 첫 만남이었다.



6.

대학에 입학했고, 생애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의미(?)의 용돈을 지급받기 시작했다. 당연히 교내 오케스트라 동아리에도 가입했다(이에 대한 이야기도 나중에 할 생각이다). MT에 갔다가 연주곡이 브람스 교향곡 1번이란 이야기를 듣고 집에 오는 길에 잠실 교보문고에 들러서 바로 음반을 구매했다.(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마린 알솝, Naxos - 링크 : http://electromito.tistory.com/34) 본격적인 음반 컬랙팅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7.

풍족한 수준의 용돈을 받은 것은 아니었고, 사고 싶은 음반은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과감히 밥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대학 입학할 당시에는 80kg 후반의, 말그대로 안여돼, 파오후와 같은 이미지였는데 2학기 중반쯤 되니깐 어느새 몸무게가 70kg 초반으로 떨어졌다. (그러니깐 다이어트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덕질에 돈을 다 써버리는 것....이려나;;;;)


앞서 말한 것처럼 사고 싶은 음반이 많았기 때문에 무조건 8000원짜리 Naxos음반만 샀다. DG레이블은 2.5 Naxos이었고, 기타 레이블들도 대부분 1.5~2.0 Naxos여서 다른 레이블을 고르기엔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 DG111 시리즈 한정판이 발매되는 것을 신문에서 봤다. 거의 1달치 용돈을 쏟아야 살 수 있는 가격이었는데 이거는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열심히 엄마를 설득한 끝에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공연은 아주 가끔 갔었다. 두 음악회 모두 서울시향/정명훈 조합이었고 하나는 자선 음악회, 하나는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이었다. 퀄리티는 지금과 비교하면 민망한 수준의 연주회였던 것 같다.



8.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갔다. 운 좋게 카투사를 갔기 때문에 매주 나올 수 있었다. 2~3주에 한 번은 음반을 샀던 것 같았다. 당시에는 휴대용 CDP를 가지고 있어서 CD지갑과 함께 들고다니곤 했다. (그 덕분에 예전에 산 음반들은 기스가 많은 편이다......) 


당시 최대 관심사는 구스타프 말러였다. 5,1,2,6번 교향곡을 계기로 말러에 푹 빠져서 살았고 열심히 말러를 들으면서 살았던 것 같다. (근데 아이러니하게 음반은 생각보다 많이 구매하진 않았다.) 당시에 말러 탄생 150주년과 서거 100주년이 연이어 있었던 해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그 때문에 몇 권의 책도 발간됐는데, 나는 그 중에서 노먼 레브레히트가 쓴 '왜 말러인가?'(사실 당시에는 오오 하면서 읽었지만 지금은 그닥 펼쳐보고 싶진 않다.)와 김문경씨가 쓴 '구스타프 말러' 양장본을 구매했다. 특히 김문경씨의 책은 월급의 절반 이상을 털어서 샀던 것으로...... 뭐 어찌나 말러 타령을 했는지 같이 생활했던 3명 모두 말러란 이름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ㅡㅡ;;


금요일 저녁에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서 서울시향 말러 패키지를 예매해서 내가 못가면 엄마가 대신 가는 것으로 약속하고 종종 공연을 가곤 했다. 당시 갔던 공연이 4, 7, 9번 교향곡이었고, 6, 8번은 목요일에 공연을 해서 못봤으며 5번의 경우에는 부사관 녀석이 세차 문제로 꼬장을 부리는 바람에 부대에서 6시 반에 나와서 못봤다....아직도 기억나는 그 이름 SSG 모리슨......



9.

뭐 이후에는 지금과 같이 계속해서 음반 구입하고 듣고 음반 구입하고 듣고 하는 생활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다만 과거와는 음반을 사는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 


2014년 하반기 무렵부터 마치 음악을 듣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냥 음반을 수집하는 컬렉터가 된 느낌이 들었다. 한 번 들어보고는 손도 안대는 음반의 개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나긴 Naxos와의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당시에는 역사적인 녹음이나 (이를테면 엘가의 자작자연, 라흐마니노프의 자작자연 음반들이 있다. 나름의 의미는 있지만 감상용으로는 전혀 적절하지 못하니) 왠지 특이한 작곡가, 특이한 곡들을 사곤 했었는데, 거기서 벗어나 좋아하는 곡들 위주로 서서히 방향을 선회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연주자의 해석들의 차이점들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고,(템포, 다이나믹, 악기간 밸런스, 프레이징 등등) 요즘은 이러한 해석들을 비교 감상하면서 음악을 듣는 중이다.


공연은 최근 2~3년간은 서울시향 공연 위주로 자주 다녔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취업 문제로 인해 예매해둔 공연을 취소하거나 하는 일이 잦았고, 아직까지 적절한 직업을 구하지 못한 상태다보니 예매는 하나도 하지 않은 상태다.



10.

사실 아직 클덕으로써의 내공이 깊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한 명곡들이 무수히 많고, 좀 더 많은 연주자들의 음악도 들어봐야한다. 음악적 지식(단순한 가십성 말고)도 적다. 아직 클래식의 본토에서 공연 한 번 들어보지도 못했고(내한 공연도 가본 적 없으니...) 말이다.


어쨌던 덕질은 끝이 없다. 덕질 할 돈을 위해 열심히 구직 준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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