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잡동사니

오케스트라 시작 10주년을 돌아보면서......

MiTomoYo 2019. 9. 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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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앞서 아직까지 연주를 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R K, 그리고 프로듀서의 길로 인도하고, 글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해 준 H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고자 한다.

 

 

10년 전 이맘 때 대학교 동아리 무대에서의 첫 연주를 마쳤다. 대편성 곡도 많이 올리는 요즘 대학교 아마오케의 추세를 감안하면 다소 의외일 수 있겠지만 우리에겐 브람스 교향곡 1번은 나름 도전적인 곡이었다. ‘난곡을 준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했었고,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환희에 찬 4악장 마지막 부분을 연주할 때 여러 단원(대체로 당시 임원진을 맡았던 선배들이)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봤었다. 나 역시 그 모습을 보면서 감정이 벅차올랐다. 아직까지 악기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당시 느꼈던 그 느낌을 잊지 못해서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 무대에 오르는 것이 재미없어졌다. 처음에는 그 원인을 개인적인 상황에서 찾았다. 집안에 연이어 안좋은 일이 있었고 구직은 번번이 실패하면서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시기였다. 상황이 조금 나아진 뒤엔 회사 생활 때문에 체력적으로 지쳐서 그런가 싶었다. 잠깐 악기를 쉬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싶어서 반 년정도 휴식을 취했다. 쉬다보니 악기를 다시 잡고 싶단 생각이 들었고, 복귀해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젠 악기를 그만할 때 되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조금의 미련이 남아서 딱 10년만 채우고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었다.

 

 

 

2016년 말, 친구와 같이 아이돌마스터 10주년 라이브 블루레이를 봤었다. 프로듀서(아이돌마스터 팬을 일컫는 용어)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아이마스 시리즈가 대략적으로 걸어왔던 길을 느낄 수 있었던 훌륭한 구성의 공연이었다. 만 명이 넘는 관객들의 응원을 받으며 무대를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부럽게 느껴졌다. 마무리 곡이었던 ‘M@STERPIECE’에서는 원년 멤버인 나카무라 에리코가 감정에 겨워 주저앉는 것을 두 명의 후배(오오하시 아야카, 야마자키 하루카)가 다가와 다독여주는 모습이 왠지 2009년의 그때를 떠올리게 했다.


 

아이마스 라이브는 캐릭터를 담당하는 성우들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형태의 공연이다. 가수 활동을 겸업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비율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며 업무(엄밀히 말하자면 이것도 일의 연장이긴 하겠지만) 시간을 쪼개 노래, 춤 등을 연습하며 공연을 준비한다는 점 아마추어의 성격도 느껴지는 편이다. 라이브를 보면서 매번 느꼈던 점은 성우들 스스로 무대를 즐긴다는 점이었다. 캐릭터를 상징하는 액세서리를 직접 만들어 무대에서 착용하거나, 무대 소감을 말할 때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고, 그것이 늘 부럽게 느껴졌다.


 

오랜 기간 동안 악기를 하면서 놓쳤던 것이 있었다. 어느 단체에서, 어디에서, 어떤 곡을 연주하느냐보다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연주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어찌보면 평범한 사실이 그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동안은 잘해야겠다란 생각만 가지고 연습에 임했던 것 같다. 다행히 작년 11월에 앙상블을 하나 하게 되면서 다시금 즐거움을 찾아가는 중이다. 덕분에 좀 더 오랫동안 첼로와의 연을 이어가는 중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연주 준비를 한다는 점이 결코 쉽진 않다. 그래도 이전과 같은 스트레스는 받지 않고 있다. 게다가 공연 직전 늘 긴장 때문에 연습만큼 본 공연을 잘하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그것도 개선되고 있는 것 같다.


모든 일엔 끝이 존재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악기를 더 이상 하지 않을 순간이 올 것이고, 아이마스 역시 컨텐츠로서의 수명을 다하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그 때가 올 때까진 재미있게 즐길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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