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음반리뷰

바로크 음악 모음 - 헤르베르트 본 카라얀

MiTomoYo 2013. 5. 2.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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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쓰는 음반 리뷰다. 어떤 음반을 리뷰할지도 고민이지만, 허접한 나의 필력, 그리고 무엇보다 매우 허접한 나의 음악적인 지식들이 음반 리뷰를 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또 막상 쓰다보면 생각보다 너무 쓸 얘기가 없는 경우도 많아지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음반을 쓸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아무거나 잡히는 음반을 하나 집었다.   

<바로 이 음반 - 바로크 음악 모음집이라고 하기엔 커버의 분위기가 좀.........>


오늘 리뷰하는 음반은 카라얀이 녹음한 바로크 음악 모음곡이다. 사실 이 음반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내가 매우 어렸을때에도 저 커버를 본 기억이 있으니 아마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음반이 녹음된 해는 1984년, 그러니까 카라얀의 최만년 녹음이기도 하며, 동시에 베를린 필과의 관계도 점점 악화되고 있을때 녹음한 곡이다. 일단 이 음반을 들을 때 알아둬야 할 사항은 카라얀은 절대로 당시의 트렌드인 정격 연주를 지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정격연주를 정말로 좋아하는 애호가라면 이 음반을 듣고 후회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카라얀이 지휘를 하는 모습.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오케스트라와의 갈등이 점점 심화되는 동안 그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지휘를 했을까??>


첫 곡은 알비노니의 아다지오이다. 사실 알비노니가 아니라 레모 자조토란 음악학자가 작곡한 것이 이제는 거의 기정사실화가 되었다. 이 곡의 특징이랄것 같으면 한 번만 들어도 귀에 들어오는 멜로디와 곡 전체를 아우르는 구슬픈 분위기일 것이다.

카라얀의 가장 큰 장점인 선율을 뽑아내는 능력과 잘 부합하는 곡이다. 시작 부터 저음 피치카토와 오르간 소리만으로도 이미 이 곡의 전체적인 윤곽이 잡히는 듯한 느낌이다. 첫 인상을 좋게 가져가게 만든다.



두 번째 곡은 비발디의 플룻 협주곡 G단조 RV.439 "La notte(밤)"이다. 재미있는 것은 첫번째 곡의 조성도 마찬가지로 G단조라는 것이다. 이 곡의 일단 첫번째 특징일 것 같으면 모든 악장이 느림-빠름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협주곡들이 악장별로 빠름-느림-빠름이란 것을 생각해보면 뭔가 독특한 요소이다. 플룻 독주는 베를린 필 플룻 수석인 Andreas Blau가 맡았다. 오케스트라의 반주는 협주곡, 특히 바로크 협주곡치고는 지나치게 중후한 느낌이 든다. 바로크 음악의 경우 정격연주를 좀 더 선호하는 나의 취향을 고려하더라도 그렇다. 플룻의 독주는 지나치게 무난한 감이 있다. 카라얀의 완벽한 통제 속에서 본인의 기량을 억누르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반주와 같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더욱 그런 느낌을 받는다.



세 번째 곡은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오케스트라 모음곡 3번 중 "Air"이다. 오르간까지 동원해서(원 곡에는 오르간은 편성되지 않는다) 중후한 음색을 만들어낸다. 듣다 보면 카라얀의 음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감탄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쳐지는 듯한 느낌도 지울수가 없다.



네 번째 곡은 파헬벨의 카논과 지그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카논만이 알려져 있지만 원 곡에는 분명히 그 뒤에 지그도 붙혀져 있다.) 내가 생각하는 카논과 지그는 통주저음 위에 세 바이올린이(이 음반의 경우라면 세 파트가) 각각의 독립된 성부를 연주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간단한 형태의 푸가인 카논, 푸가가 대위적인 움직임을 가지는 것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음반에서는 단 하나의 성부만이 부각이 될 뿐이다. 그 뿐만 아니다. 지그는 춤곡이다. 하지만 카라얀에게 있어서 지그가 춤곡이란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춤곡이 반드시 지녀야 할 리듬감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



다섯번째 곡은 글룩의 오페라 오이디푸스와 에우리디체의 2막에 나오는 "정령들의 춤"이다. 플룻의 독주가 매우 돋보이는 곡이다. 이 트랙만 놓고 들었을 때는 꽤 괜찮은 편이다. 근데 이미 앞서서 거의 30분 동안이나 비슷한 스타일의 연주(아름다운 멜로디, 적절히 느린 템포, 중후한 음색)를 들었다. 덕분에 연주와는 상관없이 지루해질 요소가 충만하다.




여섯번째 곡은 모차르트의 Serenata Notturna D장조 K.239이다. 오케스트라 외에도 바이올린 2대, 비올라 1대, 콘트라베이스, 그리고 팀파니의 활약이 굉장히 돋보이는 재미있는 곡이다. 그냥 전체적으로 무난하다. 독주 악기들이 역시 자신들의 개성이 안나타난다는 것은 역시나 아쉬울 뿐이다. 모든 독주자들이 베를린 필 단원이어서 그런 것은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콘트라베이스의 경우는 존재감이 너무 없는듯한 느낌도 있다.

<앨범의 뒷면 : 독주자들의 이름이 모두 적혀있다. 대부분의 독주자들은 베를린 필의 단원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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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 레브레히트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 음반에 대해서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20개의 음반 중 하나로 지목하기도 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의 주장은 상업적인 성공에 도취한 카라얀이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바로크 곡에 손을 댔고, 그에 걸맞는 형편없는 음반을 내놓았다고 했으며, 특히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신랄하게 깠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나는 그의 주장에 부분적으로는 동의 하는 편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일단 이 음반의 장점을 보자면 카라얀은 나름대로 자신의 장기를 살려 선율이 아름다운 곡들을 위주로 선정을 했고, 이것은 적중했다고 본다. 또한 바로크 음악 중에서 대중적인 곡들을 선택해 수록해서 나름대로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게끔 만드는데에는 성공했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이 음반의 단점을 이야기 해보면,  일단 음질이 흐릿하다. 예를 들어 마지막 곡인 모차르트의 곡에서 팀파니는 웅웅대는 느낌을 준다. 또한 저음역대의 악기들은 존재감이 너무 미미하다.

두 번째로는 너무 비슷한 분위기의 곡을 많이 넣었다. 조성에서 살펴보면 D장조의 곡이 3개, G단조의 곡 2개, F장조(+G단조)의 곡이 1개이다. 게다가 비슷한 조성의 곡이 붙어 있다. 듣다보면 바흐의 "Air"와 파헬벨의 카논은 이어진 곡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마찬가지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나 비발디의 협주곡도 그렇다.

컴필레이션 음반의 가장 중요한 것중 하나는 음반을 들으면서 지루하지 않도록 곡의 배분을 적절히 넣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음반의 경우는 이와는 정반대로 곡을 수록했다.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다.


마음대로별점 : ★★/5점 (정격 연주 매니아에 한해서 : ☆/5점)
마음대로한줄 : 아름답고 우아하다. 하지만 바로크 음악에 두 가지 요소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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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정보>
Deutsche Grammophone 발매(1984년)

1 : 알비노니 (원작자 : 레모 자조토)
Adagio in g minor for Strings and Organ
(Organ : David Bell, Violin : Leon Spierer)

2-4 : 비발디
Concerto for Flute, String and Harpsichord in g minor RV.439 "La notte"
(Flute : Andreas Blau, Harpsichord : Frank Maus)

5 : J.S.바흐
Air from Orchestral Suite No.3 in D major BWV.1068
(Organ : David Bell)

6 : 파헬벨
Canon and Gigue in D major for 3 Violins and Basso Continuo
(Harpsichord : Frank Maus)

7 : 글루크
"Dance of blessed spirits" from the opera "Orpheus and Euridyce"
(Flute : Karlheinz Zoeller)

8-10 : W.A.모차르트
Serenatta Notturna in D major K.239
(Violin : Thomas Brandis, Emil Maas, Viola : Neithard Resa, Contrabass : Rainer Zepperitz)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녹음 장소 및 시간은 기재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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