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50821]서울시향-엘리아후 인발의 브람스 교향곡 1번

MiTomoYo 2015. 8. 22.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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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5개월 만의 포스팅이다. 그 만큼 올해는 여러가지로 좀 바빴다. 작년에 2015 프로그램이 발표가 되었을 때 인발이 다시 서울시향을 지휘한다는 것을 보고 이 공연은 반드시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여러가지 스케쥴 때문에 공연을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불확실했고 그 때문에 스케쥴이 정리가 되었을 때는 표가 거의 팔린 상황이었다. 다행히 C석의 괜찮은 자리가 하나(뿐이었지만......) 있어서 예매를 했다.


 작년 인발의 공연이 어땠는지는 일단 링크로 대체(http://electromito.tistory.com/101)하고 굳이 간단히 요약을 하자면 내게는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뇌리에 박혀있는 최고의 공연이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는 음악이 있기 마련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브람스 교향곡 1번이 그러한 곡 중 하나인데, 바로 처음으로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했던 곡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억에 남는 다른 연주가 많지만, 특히 이 연주는 역시 처음이란 것 때문에 내게는 더 각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오늘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1>==================================

J.S.Bach(Arr.L.Stokowski) - 토카타와 푸가 d단조 BWV.565

E.Elgar - 첼로 협주곡 e단조 op.85

앙코르 곡 :

F.Chopin - 녹턴 op.9-2

G.Tartini[각주:1] - 가보트

============================<2>=================================

J.Brahms - 교향곡 1번 c단조 op.68

앙코르 곡 :

J.Brahms - 헝가리 무곡 5번 g단조 Wo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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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코프스키는 이름은 꽤 많이 들어봤고 어떤 스타일의 지휘자인지를 '글'로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그의 연주를 들어본 기억은 거의 없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내가 접하기엔 너무 옛날 지휘자는 느낌이 강해서 굳이 음반을 사서 들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가 바흐의 곡들을 상당히 많이 편곡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도 굳이 찾아서 들어봐야겠다는 느낌도 없었다. 그래도 오늘 연주를 통해서 '글'이 음악적으로 조금은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엘리아후 인발은 이 곡을 처음 지휘하고 자신은 바로크 오케스트라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편이지만, 이 곡은 매우 환상적이라는 견해를 인터뷰에서 밝혔다.[각주:2]

 그 말대로 스토코프스키 편곡의 바흐는 색다른 맛이 있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템포의 변화가 극심하면서 동시에 음색에 공을 상당히 많이 들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템포의 급격한 변화는 받아들이기는 좀 힘들었지만 음색의 변화는 마음에 들었다. 템포가 변하는 부분에서는 앙상블이 살짝 어긋나는 느낌도 들기는 했는데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꽤 재미있게 들었다.


 엘가의 첼로 협주곡 역시 내가 아끼는 곡이다. 화려한 기교는 없지만 뭔가 심금이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곡을 실연에서 관객들에게 어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감정선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면 밍숭맹숭한 연주가 되어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첼리스트 린 하렐은 작년에 처음으로 그 이름을 접했고[각주:3], 그 때는 그런가보다 하는 식으로 넘어갔다. 그래서 그의 연주 스타일이 어떤지 알고 접하지는 못했다.

 모 커뮤니티에서는 별로였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나는 정반대로 굉장히 그의 연주가 마음에 들었다. 하렐의 연주에서는 소위 '날려버리는'음표가 없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이러한 부분은 1악장에서 효과가 극대화 되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까지 심금을 울렸던 1악장의 연주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그러다보니 1악장에서는 첼로와 오케스트라간의 합이 잘 맞지 않는 듯한 아쉬움을 받았다. 빠른 템포를 추구하는 인발과는 달리 신중한 템포를 꿋꿋히 유지하는 하렐의 느낌이 서로 충돌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나머지 악장에서는 그런 요소가 상대적으로 덜했다.

  다이나믹 폭도 상당히 넓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특히 인상적인 것은 약음을 연주할 때였는데, 신중하게 연주를 한다는 느낌을 (3층임에도 불구하고) 받을 수 있었다. 뒤로 갈수록 조금씩 음정이 불안해지는 것인 좀 아쉬운 요소긴 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반주만 연주하는 부분에서도 하렐은 오케스트라에 맞춰서 몸짓을 하는 모습을 봤는데, 마치 자신이 쉬는 부분 역시 음악의 일부분임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앙코르 곡으로는 쇼팽의 녹턴과 타르티니의 가보트를 연주했는데 앞서서 언급한 특징들이 역시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금 다른 점이라고 할 것 같으면 독주로 연주하다보니 섬세한 느낌을 좀 더 많이 받았다는 점이다.

 여담으로 앙코르를 곡을 두 곡이나 연주할 만큼 커튼 콜을 계속해서 받았는데, 인발과 같이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두 명의 노 연주자의 모습이 참 멋있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 외에도 하렐이 1바이올린의 뒤에 앉은 단원의 등을 두어차례 가볍게 두드려줬는데 굉장히 좋아하는 모습이라던가, 코믹한 자세로 관객들에게 화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앙코르 곡을 이야기 하는데 3층에서도 명확하게 들릴 정도로 말해준 것은 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은 외향적인 곡이다. 일단 1905년 러시아 혁명을 묘사한 것도 그렇고, 대편성 관현악단에서 뿜어져나오는 화려한 요소가 많다는 점이 그렇다. 반면 브람스의 교향곡들은 그렇지 않다. 푸르트벵글러가 "브람스의 다이나믹은 의도적으로 억제되어있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그의 교향곡은 내향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발의 해석이 지난 공연과는 어떤 식의 차이점을 보일지도 매우 궁금했었다.

 크게 보면 템포가 날렵하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늘어지지 않고, 금관과 팀파니에 좀 더 힘을 주는 듯한 인상이었다. 1악장의 서주 템포에서부터 템포를 빠르게 잡았고, 4악장의 주부 역시 지나치게 진중한 모습이 아니었다. 1악장의 경우에는 서주의 '거인의 발걸음'을 묘사한 팀파니도 물론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개부에서 클라이막스로 가면서 계속해서 등장하는 '운명 리듬'[각주:4]을 얼만큼 강조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덧붙이자면 브람스가 이 곡을 완성하기까지 겪었던 심리적 압박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향곡을 완성해야한다는 사명감이 이 리듬이 함축적으로 묘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리듬은 호른과 트럼펫, 그리고 팀파니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데 인발은 이 부분을 결코 소홀하게 다루지 않아서 만족했다. 게다가 그 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마지막 부분에서의 호른의 '운명 리듬'까지 확실하게 표현해준 것도 인상적이었다.

 2악장의 경우는 쓸쓸한 느낌의 전반부와 바이올린 솔로 이후의 밝아지는 부분이 좀 더 대비가 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살짝 남았다. 특히 레터 C직전에 2바이올린이 혼란스러운 느낌을 주는 악구를 연주하는 부분이 조금 강조되었으면 좋았을텐데란 느낌을 받았다.[각주:5] 솔로 바이올린, 오보에, 호른간의 앙상블이 중요한 후반부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3악장은 무난했다는 느낌이다. 그다지 특이한 점은 없었다. 3악장이 끝나자마자 4악장으로 넘어갔다. 4악장에서는 서주의 트롬본 코랄과 호른의 '알펜호른'주제가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역시 멋있게 마무리,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부는 지나치게 신중한 템포를 지양하고 날렵한 템포를 유지했다. 비올라의 부선율을 대단히 강조했고, 지휘할 때도 이 부분에서 비올라에게 '좀 더!'와 같은 느낌의 지시를 종종 보여주고는 했다. 클라이막스로 다다르는 레터Q 이후 부분에서는 템포를 급격하게 빠르게 잡아나갔는데, piu allegro부분 어딘가에서 앙상블이 흐트러진 것 같아서 이 부분은 상당히 아쉬웠다. 그래도 마지막 금관의 코랄은 대단히 멋있었다. 4악장 앞부분에서 살짝 금관을 억제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었는데, 이 부분을 좀 더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그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무리는 역시 장대하게!


 앙코르 곡으로는 헝가리 무곡 5번을 연주했다. 템포의 변화무쌍함과 바이올린에서의 촌스런 글리산도 등의 해석이 인상적이었다. 2번 정도는 관객의 박수도 유도했다.

 

 지난 공연만큼의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하렐의 멋진 첼로 연주도 인발의 브람스 해석도 마음에 들었던 연주였다. 마지막으로 공연장을 나올 때 왠지 모르게 먹먹한 느낌을 좀 많이 받았다. 학교에 입학해서 접했던 곡이었는데, 어느새 그 학교를 졸업할 시점이 될 정도로 시간이 지나간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1. 정확하지 않음 [본문으로]
  2.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Yn3T7XuwYt8 [본문으로]
  3. 친구의 부탁을 받고, 당시 공연에 연주했던 첼리스트를 찾아줬는데, 이 분이었다. [본문으로]
  4. 8분음표 3음 + 4분음표 1음 [본문으로]
  5. 뭐 이 부분은 개인 취향이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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