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40328]서울시향-엘리아후 인발의 쇼스타코비치

MiTomoYo 2014. 3. 29.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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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협연자 이상 앤더스~>


쇼스타코비치는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에 와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들이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은 내가 처음으로 접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이기도 하다. 1905년에 있었던 "피의 일요일"사건을 묘사한 음악으로써 조금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향곡이기 때문에 쇼스타코비치의 입문곡으로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엘리아후 인발은 내가 꽤나 관심을 가지고 싶어하는 지휘자다. 일단 레퍼토리가 주로 후기 낭만파 음악쪽이라는 점이 가장 크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지휘하는 음반들 중의 상당수가 고가정책을 취하고 있는 일본 레이블들에서 발매가 되기 때문에 아직 학생인 나로써는 쉽게 지르기 힘들다는 점 때문에 그가 지휘하는 곡들을 들어본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그의 지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명징하다"라고 언급한 책에서 뿐이었다.


오늘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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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loch - 셸로모 : 히브리 랩소디

(Vc : 이상 앤더스)

(앙코르 : Shostakovich - Cello Concerto No.1 중 카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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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hostakovich - 교향곡 11번 g단조 op.103 "19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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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흐의 곡은 예습이라도 할 겸 들어봤는데 역시 난해했다. 애초에 미국 작곡가들의 곡을 좋아하지 않는 점도 크게 작용한데다가 쉽게 와닫는 멜로디들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크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솔로몬 왕의 일화를 음악으로 표현했다고는 하는데 엄청 옛날에나 그의 이야기들을 접한 터라서 딱히 어떤 것들을 묘사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상 앤더스의 첼로는 굉장히 인상깊었다. 지금껏 몇차례 첼로 협주곡을 들어봤지만 첼로의 음량이 작아서 생각보다 실망한 경우가 대다수였는데 이상 앤더스의 소리는 오케스트라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음량이 나왔다. 반주 역시 2부 공연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특히 클라이막스에서의 사운드는 꽤 인상깊었다.

앙코르로는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 1번의 카덴차를 연주했다. 포지션을 계속해서 넘나들면서도 정확한 음정을 다 짚어내는 것을 보면서 '진짜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최연소 수석이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시험 일정 때문에 아직 정하지는 못했는데 4/24에도 내한해서 루토스와브스키의 첼로 협주곡을 한국 초연을 한다고 한다. 꽤 기대를 해도 괜찮을것 같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1번은 1905년 1월 22일(율리우스력으로 1월 9일)에 있었던 '피의 일요일' 사건을 묘사한 표제 음악이다. 피의 일요일 사건은 농노 해방 이후에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된 민중들이 일요일에 황제에게 탄원서를 낼 생각으로 행진을 한 뒤 황제의 겨울 궁전 앞 광장에 집결을 했다. 대략 14만명이 운집했다고 하는데, 황제는 군대에게 발포 명령을 내렸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1악장의 부제는 '궁전 광장'으로써 추운 겨울에 사람들이 모여서 광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묘사한 것이다. 이 곡의 또 하나의 특징은 곡 전체를 관통하는 모티브들과 당시 소련에서 불렸던 다양한 노래들이 등장한다는 것인데, 가장 먼저 약음기를 낀 트럼펫의 기상 나팔 모티브가 등장한다. 이어서 호른이 연주를 하는데 두 부분에서 한 번씩 삑사리가 난 터라 오늘 공연이 조금 걱정되기도 했었다. 그래도 현은 매우 괜찮았었다. 쇼스타코비치는 악보 저작권이 풀리지 않은 터라 확인하기가 어려운데, 처음에 굉장히 작게 시작을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크게 연주를 해서 음량 폭을 전체적으로 좁게 잡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뭐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말이다.


2악장의 부제는 '1월 9일'로써 무언가 사건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와 사람들에게 발포를 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부분으로써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악장이기도 하다. 처음 저음 악기의 연주부터 해서 이 악장에 대한 기대감을 상당히 높였다. 총주부분에서의 오케스트라의 소리는 진짜 엄청났는데 무슨 락 콘서트에 온 것만 같은 기분도 들었다. 특히 타악기와 금관이 매우 압도적이었다. 1악장 처음에 있었던 실수는 마치 액땜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악장에서 가장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스네어에 이은 푸가, 즉 군인들이 사람들에게 발포하는 걸 묘사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한다. 특히 이 부분은 쇼스타코비치의 곡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는 느낌도 드는데 '푸가는 단선울의 하찮은 음악과는 대조적으로 한 성부씩 차례로 첨가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감동을 주기 때문에 더욱 극적이다.'[각주:1] 라고 하는데 이 것을 살짝 비틀어서 푸가를 발포 후에 나타난 아비규환의 모습을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냈다고 생각을 했다. 특히 인발은 이 부분에서부터 템포를 급격하게 빠르게 잡고서 곡을 이어나갔는데 정말 눈 앞에서 쇼스타코비치가 묘사한 장면이 그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음악에 압도된다는 느낌은 저번 서울시향의 말러 9번 이후로 처음이었던 것 같았다. 아비규환이 끝나고 다시 1악장의 선율이 나타나는데 다시 템포가 급격하게 변화하는데 거기에서야 겨우 숨이 다시 돌아온 것 같다는 것을 느꼈다. 타악기의 격렬함이 특히 인상적인 악장이기도 한데, 오늘 팀파니를 맡았던 폴 필버트씨가 연습 중에 말레가 부러져버렸다고 사진을 개시한 것이 떠올랐다. 오늘 공연처럼 두드리면 남아나는 말레가 몇 개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두드려댔다.


3악장은 '영원한 기억'이란 부제를 가지고 있고, 이 사건으로 죽은 사람들을 추모하는 장송곡인데 꽤 긴 시간동안 현악기만 연주를 하는데, 뭐 서울시향의 현파트들이야 딴지를 걸만한 부분이 없으니.... 이후에 나오는 베이스 클라리넷 소리가 귀에 확 들어왔다. 베이스 클라리넷의 소리가 오케스트라에서 튀는 경우를 잘 들어본 적이 없던 것 같았는데 꽤 인상적이었다.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 뒤 다시 비올라의 장송곡이 등장하고 점점 작아지면서 3악장이 끝나게 되는데 음량이 작아지면서도 긴장감이 계속해서 감돌았다.


4악장의 부제는 '경종'인데 뜬금 없이 트롬본으로 시작하기도 하고 마지막에 종을 치는 것 말고는 딱히 부제와 연관되는 느낌이 들지 않고 마무리도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느낌이다. 이 악장에서 특히 언급하고 싶은 것은 잉글리시 호른의 솔로 파트 부분이다. 저번 환상 교향곡때와 같은 사람이 불었는데(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의 경우는 잘 안보여서 모르겠다.) 그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이 분이 연주하는 잉글리시 호른 소리가 굉장히 마음에 든다. 마무리 부분에서는 2개의 종을 번갈아가면서 치는데 높은 음역의 종은 음반에서도 그렇지만 귀에 확 들어오는 반면 낮은 음의 종은 음반에서는 쉽게 귀에 들어오지는 않는 편인데, 실제 공연장에서 들어보니 생각보다 낮은 음의 종소리도 잘 들렸다. 주로 듣는 음반에서는[각주:2] 마지막 종의 여음을 길게 남기기 때문에 (당연히) 오늘 공연에서도 여음을 남길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기립박수와 브라보가 나왔는데 누군가가 찢어지는 목소리로 브라보를 외쳤다. 뭐 좀 웃기기도 하고 김이 팍 샌듯한 느낌도 들었지만, 연주를 워낙 잘한만큼 이해가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작년 말러 교향곡 9번 바로 아래에 둘 수 있을만큼 엄청난 연주였다고 생각을 한다. 엘리아후 인발의 해석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특히 2악장의 해석이 발군이었다라고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곡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주제들이나 노래들을 더 잘 알고 갔으면 좀 더 좋은 감상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다음 공연은 일단 정명훈이 지휘하는 말러 교향곡 5번이며, 그 중간에 공연들이 많기 때문에 2~3개의 공연이 사이에 추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각주>=============================


  1. Forkel, Allgemeine Geschichte der Musik I, 김문경의 구스타프 말러(개정판) 839p.에서 인용 [본문으로]
  2. Royal Liverpool Philharmonic Orchestra, V.Petrenko지휘(Naxos, 8.57208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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