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40123]서울시향-한스 그라프의 말러 교향곡 10번

MiTomoYo 2014. 1. 2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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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공연이 되는 말러의 교향곡 1,5번보다도 더 빨리 말러 10번 교향곡을 실연으로 들을줄이야....>


원래 공연 후기는 공연 끝난 직후에 쓰는 것이 내 나름대로의 원칙이었지만 이번에는 어쩌다가 거의 하루가 지나서야 쓰게 되었다. 어제 공연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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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Korngold -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35 (바이올린 : 스베틀린 루세브)

앙코르 곡

1. P.Christokov - Solo Rhapsody(?)

2. E.Ysaye - Violin Sonata in A minor op.27-2 IV. Les furies

============================<2>=================================

G.Mahler - 교향곡 제 10번 F#장조[각주:1] (Deryck Cook의 3번째 완성본/마지막 완성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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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곡 모두 그래도 접해본 적 있는 곡이긴 한데 즐겨서 듣는 곡은 절대 아니었다. 프로그램이 정말 좋아서 간 공연은 아니었고 그의 미완성 교향곡 10번 완성본을 실황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간 것이다.


일단 코른골트의 협주곡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학교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셨던 누나가 정말 좋은 곡이라고 추천을 해서였고, 그 때 들었던 곡의 느낌은 참 영화 음악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른골트는 영화 음악을 상당히 많이 작곡하기도 한 작곡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사실 2, 3악장은 그렇게까지 좋다라는 느낌은 잘 안들지만 1악장의 멜로디는 그래도 좋아하는 편이긴 하다.


3악장에서 조금 삐걱댄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괜찮은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스베틀린의 연주는 굉장히 부드럽게 진행이 되었다. 특히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름다운 멜로디가 중점적으로 나오는 1악장은 정말 좋았다고 생각을 한다. 반주도 스베틀린의 그런 연주에 맞게 잘 조화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3악장에서 오케스트라가 조금 어긋난 것 같다는 느낌은 들었다.
앵콜곡을 2곡을 연주했는데 첫 번째 곡은 P.Christokov의 Rhapsody라고 한다. 친한 형이 스베틀린에게 직접 물어봐서 알아냈다. (VERY THX!, 나도 루세프 소개좀 시켜줘요 맨날 같이 밥만 먹고!!! ㅠㅠ) 두 번째 곡은 이자이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 중 마지막 악장이었는데 그렇게 빨리 연주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하다고 한 바이올린 전공자가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까 그 형과 동행한 바이올린 전공자분이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말러의 교향곡 10번의 경우에는 연주를 평하기 이전에 너무 듣는 것 자체가 난해했다. 1악장은 그래도 많이 접해본 터라 그럭저럭 들을만 했지만, 나머지 악장, 특히 스케르초 악장인 2, 4악장은 너무 난해해서 듣는 것이 좀 힘들었다. 오케스트라 난이도도 엄청났는지 일단 금관에서 이렇게 많은 삑사리가 나는 경우도 처음 들었던 것 같았다. 한스 그라프의 해석은 꽤나 감정을 배제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 비올라가 나오는 주제부터 저번 말러의 9번 연주의 4악장에서 느꼈던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다. (왜 굳이 이걸 언급하냐면 9번의 마지막 악장과 10번의 1악장이 주는 느낌이 상당히 유사하다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비올라 모놀로그 주제에서 2층에서 아이폰 알람이 좀 크게 울렸었지만 다행히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것은 아니어서 큰 방해가 되지는 않은 편이었다.(ㅋㅋㅋㅋㅋ) 1악장에서 9개의 음을 쌓는 부분도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까지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편은 아니었다. 

2악장은 그야말로 난해했다. 도저히 이해불가능한 악장이다. 일단 2악장 자체가 말러의 스케치만으로는 도저히 연주를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하며 변박자투성이에 약식 총보와 총보에 차이마저 보이고 있어서 이 악장은 상대적으로 말러의 곡이라고 하기는 조금 애매한 구석들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을 한다. 듣다보면 그 동안 말러가 작곡한 교향곡들의 멜로디들이 조금씩 얼굴을 내미는데 이번 공연에서 그걸 처음 알게 되었다.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이 잘 안 맞았다고 한다. 나는 그걸 느끼기에는 아직 부족한 듯 싶다.

3악장은 Purgatorio, 연옥이라고 적힌 악장이고 4분 가량의 짧은 악장이고 사실 그나마 괜찮게 들은 악장이다.

4악장도 스케르초 악장인데 2악장과 마찬가지로 템포 지정도 없고 멜로디 정도만 적혀있는 사실상 데릭 쿡 작곡이라고 생각을 하면 될 것 같다. 이 시점부터 상당히 삑사리가 많이 난 것 같았고, 특히 피콜로 클라리넷은 악기상에 문제가 있었는지 계속해서 삑사리가 났고 연주자 분께서도 계속해서 악기를 들여다보는 모습을 보았다. 조용하게 끝나다가 큰 북이 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여러 사람들이 정말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고 나는 예상은 하고는 있어서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 압도적인 소리가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었다. 말러가 이 부분에서 적은 "너만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아!아!아!, 안녕, 나의 리라 연주자여 안녕! 안녕! 아!아!아!"[각주:2]라는 문구가 다시금 느껴졌는데 정말 말러의 그 비통한 심경이 나에게까지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플룻의 칸틸레나 주제는 박지은 수석이 불었는데 비브라토를 최대한 억제하고서 악보에서 지시한 semplice를 지켜나갔다고 생각을 한다. 중간 부분에서 나오는 불협화음은 역시 1악장과 마찬가지로 큰 감흥은 없었지만, 트럼펫이 라(A)음을 정말 길게 끌고 나가는 부분을 트럼펫 주자 둘이서 교차적으로 불었는데 중간에 이것이 잘 안되서 소리가 줄어들었다가 커지는 것은 좀 아쉬웠다. 마지막 현의 상승 음계도 정확하지 않아서 조금은 불편하게 들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말러의 10번 교향곡에 대해서 좋게 생각을 하는 편은 아니다. 일단 말러 자신이 남겼던 유언(미완성으로 남는 곡은 파기해달라고 했다.)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셈이며 곡의 진척도도 1악장을 제외하면 거의 간단한 스케치에 머무르는 수준이며 이 마저도 말러가 계속해서 완성된 곡을 수정하고 또 수정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말러가 완성했을 경우는 꽤나 다른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 처럼 여러군데 앙상블도 잘 맞지 않았고 실수도 제법 나온 연주였지만 이렇게 직접 접하지 못한 곡을 실제로 접해보면서 음반에서 접했을 때랑은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연주회기도 했다.


cf) 몇몇 부분은 김문경씨가 쓰신 '구스타프 말러(개정판)'에서 인용을 했음을 밝힙니다. 이 책은 말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정말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주>============================



  1. 조성에 대한 부분은 조금 애매하다. F#장조라고 작성하는 곳이 있고(김문경의 구스타프 말러 등), F#단조라고 작성하는 곳도 있다.(서울시향 공식 홈페이지 등) 일단 첫 시작은 F#장조이기 때문에 나는 F#장조라고 작성한다. [본문으로]
  2. Du allein weisst was es dedeutet! Ach! Ach! Ach! Leb wohl mein Saitenspiel! Leb wohl! Leb wohl! Ach wol! Ach Ach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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