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251118]2025 서울 바흐 축제-칸타타 시리즈@예술의 전당 IBK 챔버홀

MiTomoYo 2025. 11. 19.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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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서울 바흐 축제에 다녀왔다. 사실 작년 공연 때는 스즈키 마사아키가 지휘하는 바흐의 공연을 들으러 간 것이다 보니(https://electromito.tistory.com/886), 이 축제가 매년 진행하는 행사란 것을 알지 못했다. 2021년부터, 바흐의 전곡을 무대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형 프로젝트라고 하니, 바흐의 음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제라도 관심을 가져보고자 한다.

 

오늘 공연에서 연주한 칸타타는 총 3곡으로 다음과 같았다.

=====<1부>=====
Johann Sebastian Bach-칸타타 '저는 평화롭고 기쁘게 떠납니다.' BWV.125

Johann Sebastian Bach-칸타타 '저는 예수님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BWV.124
=====<2부>=====

Johann Sebastian Bach-칸타타 '이 얼마나 아름답게 빛나는 샛별인가' BWV.1

<encore>

Johannes Brahms-모테트 '어찌하여 고난당하는 이에게 빛이 주어졌는가?' op.74-1 중 4곡 '저는 평화롭고 기쁘게 떠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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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에는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 관현악은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 솔리스트는 윤지(소프라노), 정민호(카운터테너), 김효종(테너), 그리고 김정석(베이스)이 맡았다.

 

공연이 끝난 뒤 야간 근무 일정이 있어서 집에서 쉬다가 조금 늦게 출발했는데 공연장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관객들이 많이 와서 발권을 마쳤을 때는 이미 팜플랫이 소진된 듯했다. 팜플랫에는 오늘 프로그램이 어떤 의도로 구성이 되었는지와 같은 정보도 실려 있기에 이런 것을 놓쳤다는 점, 공연을 보러 가면 팜플랫은 늘 챙겨 왔단 점에서 특히 아쉬웠다. 조금만 더 부지런히 움직일걸...

예매 페이지에 적힌 정보와, 몇 년 전 알라딘 북펀딩을 통해서 구입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교회 칸타타(출판사: 마티)'의 내용을 통해서 보니, 오늘 프로그램은 바흐 활동의 최전성기인 1725년, 라이프치히 시기에 작곡된 곡들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각주:1] 이 당시에 작곡된 칸타타는 첫 악장과 마지막 악장이 코랄로 구성되고 그 사이의 악장들은 독창이나 중창 아리아로 이뤄져 있으며, 악기의 편성이 무척 다채로워졌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오늘 공연의 포인트 중 하나로 '모든 곡에 내추럴 호른이 편성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는 사실을 소개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첫 칸타타 '저는 평화롭고 기쁘게 떠납니다.' BWV.125는 예수를 통해 영원한 안식을 위로받는다는 내용인지라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진중하고 무거운 편이었다. 

아쉬웠던 부분은 테너와 베이스의 이중창(Ein unbergreiflich Licht erfullt)에서 독창자의 앙상블이, 정말 미세하게 어긋났음에도 불구하고 곡이 순간 흐트러지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단 것이었다. 한 편으로는 바흐의 곡이 무척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음을 다시금 느낀 순간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두 번째 칸타타 '저는 예수님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BWV.124는 예수에 대한 믿음을 다시금 확신한다는 내용인지라, 첫 곡에 비해서는 훨씬 밝은 분위기의 곡이었다. 

우선, 첫 곡에서부터 곡 전반에 걸쳐서 오보에에 어렵고 복잡한 패시지를 할당한 것을 봤는데, 바로크 오보에는 악기의 지공을 키가 아니라 손가락으로 막는 형태라, 속주를 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고 알고 있는데 이렇게 작곡을 한 것에는 어떤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오보에 주자의 연주도 꽤 훌륭한 편이었고 말이다. 

소프라노와 알토의 이중창으로 이뤄진 5번째 곡(Entziehe dich eilends, mein Herze, der Welt)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 이유는 독창자의 노래에 콘티누오(첼로, 쳄발로, 오르간)의 활약이 멋진 파트였는데, 특히 첼로의 활약이 무척 돋보이는 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1부에서는 오케스트라가 각 파트별로 1명씩만 할당이 되어, 합창단에 비해 오케스트라의 음량이 다소 작은 듯한 느낌도 살짝 받기는 했다. 특히나 태생적으로 음량이 작은 편인 고악기를 사용하다 보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추럴 호른은 1부에서는 모두 마지막 코랄에서만 등장했는데, 호른 자체가 화려하게 돋보이는 활약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중량감과 색채감이 확실히 더해진 듯한 느낌을 받아서 왜 바흐가 호른을 편성에 두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2부에서는  '이 얼마나 아름답게 빛나는 샛별인가' BWV.1는 '샛별'로 표현된 예수를 신자들이 찬양한다는 내용이고, 오케스트라의 편성도 1부에 비해서는 커진 편이었다. 1부에서 1대만 사용되었던 호른이 여기서는 2대로 늘어났고, 바이올린도 더 많았으며, 오보에 다 카차라고 불리는 뿔피리 비슷한 악기도 2대 사용되었다. [각주:2]

호른의 경우 1부에서는 오케스트라와의 소리가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었는데, 2부에서는 서로 융화가 된 합창과 오케스트라와는 다르게 호른만 따로 노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공연이 끝나고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의 악장이신 백승록 선생님으로부터 호른의 소리를 조금 더 부각해 보고자 반사판 근처에 호른을 두었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그때는 '호른이 조금 더 컸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라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출근하는 길에 다시 생각을 해보니, 음량보다는 조화의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 맞았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쩝...

3곡의 소프라노 아리아(Erfullet, ihr himmlischen gottlichen Flammen)에서는 오보에 다 카차와, 바로크 음악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첼로의 피치카토 주법도 볼 수 있어서 무척 이채롭게 느껴졌다. 특히 오보에 다 카차의 음색이 인상적이었는데 오보에와 바순 중간의 부드러운 음색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공연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사실 모두 곡의 마지막 파트인 코랄에서의 합창이었다. 그래서 앞에서는 합창에 대한 얘기나 만족스러웠던 부분을 언급하지 못했다. 

그동안 콘서트홀에서 들었던 합창 공연들과는 다르게, 오늘은 규모가 작은 IBK홀에서의 연주여서 그런지 합창단이 만들어내는 화음과 잔향이 한층 풍성하게 들려서 그런가 합창단이 노래를 할 때마다, 무척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만약 잔향이 더욱 풍부한 성당이나 교회에서 이를 들었다면, 훨씬 영적인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란 상상도 했을 정도다. 그리고 이런 점이 합창음악의 매력이지 않나 싶다.

 

앙코르로는 브람스의 모테트 중 한 곡을 연주해주었는데, 이 곡의 모티브가 오늘 연주한 첫 곡의 텍스트와 모티브를 인용한 것이란 설명을 해주셔서 의미있는 앙코르 곡이란 생각이 들었다. 추가적으로 이 때는 독일어 텍스트가 아니라 한국어로 번안한 가사로 노래를 하였는데, 텍스트를 번역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멋지게 느껴지는 앙코르 연주였다.

 

바흐가 남긴 곡이 워낙 방대한지라, 스즈키 마사아키의 바흐 칸타타 음반들을 들으면서도 종종 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오늘 공연을 통해서 다시금 왜 바흐의 음악이 그토록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지를 다시금 느꼈던 공연이었다. 기회가 되면 서울 바흐 축제의 다른 공연도 들으러 가볼까 한다. 

  1. 여담으로 이때 작곡된 칸타타는 BWV.41,123,124,3,111,92,125,126,127,1이라고 한다 [본문으로]
  2. 조금 더 첨언을 하자면, 생긴 것은 뿔피리와 비슷하지만 겹리드를 사용하는 오보에 계열의 악기이며 잉글리시 호른의 모태가 되는 악기라고도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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